
학교폭력 시달린 11세 한인 중학생 숨져…유족 “다시는 이런 비극 없어야”
조지아주 컬럼비아카운티의 할렘 미들스쿨에 다니던 11세 한인 중학생 이현경(영문명 Aiden Hyunkyung Lee) 군이 학교폭력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 끝에 지난 9월 24일 스스로 생을 마쳐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지역매체 WRDW 방송에 따르면 이 군의 부모는 성명을 통해 “아이는 늘 사랑과 기쁨,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보살피던 아이였다. 아침저녁으로 우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던 아이였다”며 “그런 아이가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얼마나 큰 외로움과 두려움을 혼자 견뎌야 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WRDW 방송에서 유족들은 사건 직후 이 군의 친구 한 명이 찾아와 “에이든이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협박, 심지어 목숨의 위협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는 “치료를 받으며 괜찮아졌다고 우리에게 안심시키던 아이였지만, 그가 견딘 잔혹한 폭력은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밝혔다.
SNS를 통해 다른 학부모들도 피해 사실을 공유하며 구체적인 가해 정황을 알렸고, 부모는 “너무 잔혹해 차마 되풀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우리의 사명은 다른 아이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생명을 파괴한다. 단호히 금지되고 강력히 처벌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군은 버지니아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조지아주 그로브타운으로 이주해 유치 크릭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레고와 루빅스큐브, 로블록스를 좋아했다.
직접 ‘Spread the Love(사랑을 퍼뜨리자)’라는 제목의 로블록스 게임을 제작할 만큼 창의적이고 따뜻한 아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역 축구팀인 불스 사커클럽(Bulls Soccer Club)에서 2년간 활약했고, 최근에는 중학교 밴드에서 트롬본 연주를 시작하며 새로운 꿈을 키우던 중이었다.
할렘 미들스쿨은 교내 추모 행사를 열고 에이든을 기리고 있으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추모 티셔츠를 제작하며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컬럼비아카운티 교육청은 “모든 신고를 조사한다”며 학교폭력 의혹에 대한 조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나, 지역사회에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족은 “아이는 사랑받는 아들이자 헌신적인 친구였고, 모두에게 기쁨을 전하던 존재였다. 우리는 에이든의 미소와 따뜻함을 기억하며, 그의 이야기가 또 다른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