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영국이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미국이 14일부터 백신 접종을 개시했고, 앞서 지난 7일 러시아는 자체 생산한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투어 백신접종을 개시했지만 한국은 백신 접종을 언제 시작하게 될 지 기약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승인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4천400만명분을 사실상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접종시기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에서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을 통해 1천만명분, 글로벌 백신 제약사를 통해 3천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제약사별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 각 2천만 도즈, 존슨앤드존슨-얀센 400만 도즈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고, 화이자·존슨앤드존슨-얀센(구매 확정서)과 모더나(공급 확약서)와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통해 구매 물량을 확정했으며 이달 중 정식 계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코백스는 1천만명분을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사노피(프랑스) 제품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했고 정부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이 실제 손에 쥐고 접종을 개시할 수 있는 백신은 단 한개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
선구매 백신은 내년 2∼3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지만 어떤 제품이 먼저 들어올지, 또 언제부터 접종이 시작될지 등은 미정이다.
한국의 백신접종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가장 먼저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과정에서 미국의 신뢰를 잃으면서 속도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최선두였던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과 관련해 미국 보건 당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견된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됐으나 이런 사실을 늑장 보고해 미 보건 당국의 불신을 샀다. 이로 인해 미국 임상시험이 수 주 동안 늦춰졌고, 아직도 미국 내 임상시험에서 필요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 미국 당국이 미국 내 임상시험 결과를 요구한다면 사실상 승인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는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고, 중간 결과도 내놓아 국제의학학술지의 검증 등을 받은 상태다.
한국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려면 백신 물량이 한국에 도착해야 하고 당국의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 가장 먼저 공급될 가능성이 높은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계약도 가장 먼저 이뤄진 데다가 내년 3월까지 백신을 공급하기로 정부와 확약도 맺은 상태다.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화이자 백신과는 달리 아직까지 긴급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며칠 내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적어도 내년 2월 이후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국 내 임상시험 결과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몬세프 슬라위 박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 자료가 내년 1월 후반에 완성되고 2월쯤 긴급사용 승인 요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내년 1분기 중으로 FDA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정부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결정 과정을 거치게 되면 미국 FDA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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