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그 여파가 한국 경제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수출마저 뒷걸음질 치고, 고물가와 고금리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욱 둔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27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지난 4월 발표한 전망치 2.5%에 비해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올해 초 한국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에서 불과 반년 만에 0.7%p나 성장 가능성을 낮췄다. 최근 3개월 사이 정부와 주요 국제기구가 발표한 전망치 중 가장 낮다.
기획재정부는 “5월 실시한 62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으로 하락폭은 주요국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위안 삼았다.
이번 IMF 발표에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GDP 속보치(전 분기 대비 0.7%)는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한은은 올해 2~4분기 0.5%씩 성장하면 올해 2.7%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까지는 이를 웃돌면서 하반기에는 각 분기별 0.3%씩만 성장해도 달성 가능한 수치가 됐다.
하지만 하반기 경제 상황은 이 같은 성장률 달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위기에도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이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까지 무역수지는 81억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184억5800만 달러로 확대됐다.
극적인 반전이 있지 않는 7월도 적자가 확실시 된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4개월 연속 적자를 되풀이한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 등에 따른 소비 위축과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둔화 등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크게 줄면서 2분기 민간 소비가 살아나긴 했지만 최근 확진자가 10만명에 육박하면서 어렵게 되살린 소비 심리마저 시들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도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 같은 하방리스크가 하반기 뿐 아니라 내년에도 이어지며 한국 경제에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도 짙어진다. IMF는 내년 한국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4월보다 0.8%p 낮춘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더 안 좋아지면서 수출 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하방리스크로 작용해 성장 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IMF 역시 이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조정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고물가가 지속되고 물가대응 과정에서 금리 인상을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와 전쟁 등 하방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IMF는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전면 중단 등으로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2.6%, 내년 2.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나리오도 내놓았다. 이 같은 부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준경 교수는 “미국의 통화 정책이 연착륙하지 못하고 물가도 잡지 못한 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전쟁이나 공급망 이슈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며 “언제쯤 저점을 지나 상황이 나아질지 조차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