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기소시 직무정지’ 관련 당헌 개정안이 24일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통상 전당대회에 상정할 안건을 추인하는 절차인 중앙위 투표에서 당헌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당대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와 친명계의 독주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당 대표에 친명 최고위원으로 구성되는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안을 투표에 부쳤지만, 개정안은 재석 566명 중 찬성 268명(47.35%)으로 재적 과반 정족수(283명)를 불과 15표차로 넘기지 못하고 부결됐다.
당헌 개정안은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전당대회에 우선하는 최고의결 요건으로 명시하는 것과, 당헌 80조 ‘기소시 자동 직무정지’ 적용 예외를 판단하는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꾸는 게 골자다.
반면 중앙위 신임 의장단 선출 안건과 ‘소득주도성장’ 용어를 ‘포용 성장’으로, ‘1가구·1주택’은 ‘실거주·실수요자’로 바꾸는 강령 개정안은 각각 94.42%, 83.72%의 찬성률로 여유있게 통과돼 대조를 이뤘다.
부결된 당헌 개정안을 놓고 그간 민주당 내에선 친명계와 비명계간 극한 갈등이 이어져온 바 있다.
‘당원 전원투표 우선’ 개정안의 경우 당원세력에서 압도적인 이재명 후보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을 통해 주요 의결권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원 청원으로 제기된 당헌 80조 개정안도 검경 수사를 앞둔 이재명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권 유지’를 위한 방탄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나왔다.
이에 직무정지 요건을 ‘기소’에서 ‘하급심’으로 상향하자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안을 비대위가 재차 수정해 ‘기소’ 요건은 두되 직무정지 예외를 판단하는 주체를 바꾸는 절충안을 내 당무위원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전원투표와 함께 나란히 부결됐다.
중앙위 결과는 결국 ‘친명 지도부’ 출범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유리한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민주당 내 반감과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용진 후보와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은 전날 ‘전원 투표’ 당헌 개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중앙위원회 연기를 요구한 바 있다.
연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후보는 당 소속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에게 “민주당의 민주주의, 숙의와 토론을 지켜내달라”며 부결을 호소하는 문자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집중 제기한 비명계의 여론전이 중앙위원들에게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당헌 개정안 부결로 민주당 내 계파갈등은 확전일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일(25일) 있을 의원총회에서 무리한 당헌 개정에 대한 비명계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가 ‘전원투표’ 당헌 개정을 차기 지도부로 공을 넘긴 것도 향후 이 후보에게 부담거리가 됐다.
가뜩이나 ‘사당화 논란’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된 뒤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당헌 개정을 밀어붙일 수 있겠냐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후보도 전날 MBC 주관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기본적으로 주요한 안들에 대해 당원 의사를 묻는 당원 투표는 많이 할수록 좋다”면서도 “좀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미묘한 기류를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도 뉴시스에 “논의해보고 필요하다고 싶으면 (재추진) 하는 건데 특별한 관심이 없다”며 “실제 토론회에서도 나왔듯 이 후보도 이렇게 진행되는지 잘 몰랐다”며 당헌 개정 문제와 거리를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비대위가 긴급 회의를 열고 ‘전원투표’ 관련 항목은 삭제하고 ‘기소시 직무정지’ 개정 항목은 살리는 수정안을 재차 상정하기로 해 전당대회 전까지 당헌 개정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