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국이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겪고도 배운 것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4일 WP는 ‘이태원 핼러윈 비극, 1995년 삼풍 붕괴의 유령을 소환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27년 이후 이태원 압사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이 참사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의문을 제기된다”고 전했다.
WP는 “1995년 6월의 무덥고 습한 어느 여름날 한국 경제력 부상을 상징하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면서 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고, 한국의 신흥부국 이미지도 함께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풍백화점 붕괴 직전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는 등 붕괴 조짐이 있었지만 백화점 경영진은 그런 징후를 무시했다”면서 삼풍 참사는 현대화의 열망 속에 한국 하청업체와 정부관료들이 얼마나 안전 규칙을 무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WP는 “한국은 삼풍 참사로 초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무엇을 용인해 왔는지를 마주해야 했다”면서 “사고 여파로 한국에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정부 감독, 과실치사에 대한 처벌 등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WP는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난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핼러윈 주말에 일일 10만명이 이태원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전 예상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은 137명이라는 사실을 상시시켰다. 또한 압사 사고 몇시간 전 긴급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지만, 그런 전화들은 무시됐다.
WP은 “이태원의 비극으로 한국은 낯익은 유령들과 마주하게 됐다”고 전했다.
WP는 “삼풍 참사가 한국의 경제 급성장 시기에 경종을 울렸다면 이태원 비극은 한국이 세계 문화 등대(cultural beacon)로 떠오르는 시점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 동아시아 역사학 교수는 “두 참사 모두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면서도 책임자들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무책임성을 드러내는 패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이태원 참사로 20여 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 한국에는 다른 나라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