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청한 미국 내 중장기 투자 계획에 대한 세금 감면 요청을 현지 당국이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반도체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으로 TSMC 등 세계적 기업의 반도체 제조기지로 급부상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도 추가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텍사스주 테일러시 독립교육구(ISD) 당국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신청한 반도체 공장 9곳의 인센티브 지원 요청을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22조원) 규모의 차세대 칩 제조시설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이다. 여기에 추가로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세제혜택 프로그램인 ‘챕터313’을 당국에 신청하면서, 향후 20년간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생산공장 11곳를 새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인센티브 승인은 삼성전자가 신청한 11개 공장 중 테일러 교육구 내 1260에이커(510만㎡) 부지 9개의 추가 공장에 대한 것이다. 투자 예정 금액은 1676억달러(218조원)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인근 오스틴시 매너(Manor) ISD에 2개의 추가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챕터313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젝트에 245억달러(32조원)의 투자 계획을 제안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든 인센티브 계약에 대해 승인이 날 경우 삼성전자는 계약기간 동안 총 48억달러(약 6조2000억원)의 세제 감면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챕터313 신청서에서 신설 공장 11곳 중 일부는 이르면 2034년에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이후 10년에 걸쳐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의 재산세 감면 정책인 챕터313의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중장기 투자 방안울 제안한 것일뿐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부지 선정 이후 공장 완공까지 4년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결정은 2030년께나 발표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설비 투자 결정이 잇달고 있어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공급망과 제조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칩스법 논의가 시작된 지난 2020년 이래 미국 16개 주에 걸쳐 40개 이상의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 프로젝트가 결정됐다. 투자 규모는 향후 10년간 1956억 달러(254조원)에 달한다.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52조원) 투자를 확정했다.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애리조나주,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 뉴멕시코주에 35억 달러 등 435억 달러(57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삼성전자 투자금액(170억 달러)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또 메모리 업계 3위 미국의 마이크론도 향후 10년간 아이다호주 150억달러, 뉴욕주 200억달러 등 350억달러(46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혀 추격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