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조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됨에 따라 교육감직이 박탈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과 그의 전직 비서실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교육감과 A씨는 지난 2018년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교육감은 채용을 내정하고도 공개·경쟁 시험인 듯 특채를 진행해 관계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으며, 일부 심사위원에게 특정 대상자에 대한 고득점 의사를 전달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특채 면접심사 위원에게 전화해 해직교사 1명에 대해 ‘강제 퇴직한 교사를 특채로 구제한다’고 설명하고, 면접 중인 위원 2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육감의 부당 특채 의혹은 감사원 감사에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 2021년 해직교사 채용 과정을 살펴보고, 조 교육감이 단독으로 결정해 이들의 채용을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또 특혜 논란을 우려한 부교육감과 간부들은 수차례 반대 의견을 조 교육감이 묵살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참고자료를 넘겼다.
조 교육감의 특혜채용 의혹은 공수처 출범 후 ‘1호 사건’이 됐다. 공수처는 수사 4개월 만에 조 교육감에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2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사회적 화합과 통합을 위한 적극적 행정의 일환”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1심은 특채 절차 자체가 공개경쟁을 가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조 교육감에게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은 특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공정경쟁을 가장해 임용권자의 권한을 남용, 부당한 영향을 끼쳤다”며 “교원 임용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열린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은 공무원들의 반대에도 단독 결재를 통해 특채를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이들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교조 교사 5명이 임용될 것이란 공통 전제가 있었고, 조 교육감에게도 채용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특정,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죄의 성립, 공동정범,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위헌인 법령을 적용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조 교육감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3월 경력 경쟁채용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도록 한 당시 교육공무원법 제12조 1항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또한 조 교육감은 자신이 받은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죄에 대한 위헌성을 가려달라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낸 바 있다.
대법원은 교육공무원법에 대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에 의해 보충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직권남용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