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 법정에서 과거 이 대표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 김진성씨 두 사람 간의 통화 녹음이 재생됐다.
재생 이후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서증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말한 내용은 녹취록을 부분 발췌한 것으로 공소사실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녹취를 들어보면 혐의가 너무 명백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9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서증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녹음을 재생하기도 했다.
녹음 파일에서 이 대표는 김씨에게 “시장님 모시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생각을 되살려 봐달라”거나 “지나간 얘기니까 기억을 되살려서 있는 대로 말씀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김씨의 거짓 증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이 대표의 발언 부분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했다는 입장이다.
재판 말미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검사님들께서 서증조사 하면서 말한 내용들이 사실은 녹취록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도 보면 굉장히 문제가 많다. 과연 이렇게까지 검사가 짜깁기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피고인의 교사에 의해 허위 증언을 했다고 하는데 교사행위라고 하는 것과 증언했다고 하는 것의 행위가 전혀 일치되지 않는다”며 “(김씨의 증언이)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나 당시 판결문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녹취록의 핵심은 2022년 당시 KBS와 김병량 전 시장 측이 당시 이재명 피고인을 검사사칭 주범으로 모는 협의 및 접촉이 있었느냐가 핵심”이라며 “증인이나 여러 증거들을 살펴봐도 그런 협의나 접촉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녹취를 들어보면 (위증교사) 혐의가 너무 명백하다. 이재명 피고인이 ‘내가 사주해서 시켜서 했다’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예정했던 대로 오는 30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의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검찰의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및 이 대표의 최후진술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사사칭 사건이란 최철호 전 KBS PD가 지난 2002년 KBS ‘추적60분’에서 분당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취재하면서 검사를 사칭해 김 전 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해 보도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특혜 분양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이 대표는 최 전 PD에게 특정 검사의 이름을 알려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고 최 전 PD는 선고유예, 이 대표는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누명을 썼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받는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의 비서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위증교사)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