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3)이 인생의 변곡점으로 꼽았던 5·18민주화운동, 고향 광주와의 인연이 관심을 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위원회는 ‘역사의 상처와 직면하고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노정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한강은 1970년 11월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재학 도중 서울로 이사한 한강은 아버지가 보여준 사진첩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접했다.
이 때의 경험을 두고, 한강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품게 됐다.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한강은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소설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에는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펴냈고, 2004년에는 계간 ‘창작과 비평’에 세 번째 장편 ‘채식주의자’를 연재했다.
‘채식주의자’에는 한강이 ‘오월 광주’를 통해 처음 품게 된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담겨있다. 단행본 영문판 번역 출판 이후 2016년 5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노벨상위원회의 시상평처럼 그의 작품에는 폭력의 역사를 경험한 이들의 고통이 서려 있다.
대표작으로도 꼽히는 ‘소년이 온다’는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5·18 당시 숨진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당시의 상처를 담은 이야기다.
특히 그는 80년 오월 광주에 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000쪽이 넘는 사료집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 동안 읽기도 했다.
후일 한강은 “유족과 부상자들의 증언을 읽고 당시 그 자리에 있지 않았지만 그들과 (역사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소년이 온다’는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 4·3사건의 아픔과 고통이 베어있다.
한강은 지난해 말 메디치상 수상 직후 고향 광주를 찾아 “역사 속 일을 그린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며, 폭력의 반대에 서는 것이다. 인간의 수많은 폭력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질문하고, 어떤 것을 포용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강은 지난달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펼쳐진 판소리 공연 3곡의 작사에도 참여하는 등 꾸준히 고향과의 인연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