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는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되짚으면서 가장 유력한 가설로 평가받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원인설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BBC는 30일 ‘조류 충돌이 한국 항공기 추락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까’라는 기사를 통해 “일부 항공 전문가는 조류 충돌이 무안공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놓고 회의적”이라고 조명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의 편집자인 제프리 토머스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그것(조류 충돌)은 그 자체로 항공기를 잃게 되지 않는다”면서 “이 비극과 관련한 많은 부분은 말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토머스는 “한국과 한국 항공사는 업계 최고의 모범 사례로 여겨진다”며 “(사고) 항공기와 항공사(제주항공) 모두 뛰어난 안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도 로이터에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바퀴 등 착륙장치)가 펼쳐지지 않는 일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조류 충돌설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 분석도 있었다.
더그 드루리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 항공학과 교수는 더컨버세이션 기고를 통해 보잉 기체가 사용하는 터보팬 엔진이 조류 충돌 때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조종사는 조류 활동이 활발한 이른 아침이나 일몰 때 운항에 특히 경계하도록 훈련받는다고 언급했다.
조류 충돌은 운항 중인 비행기와 새가 충돌하는 항공 사고를 말한다. 잘 알려진 사례로는 ‘허드슨강의 기적’로 불리는 항공기 비상 착수 사례다.
영국 민간항공청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 조류 충돌은 1400여 건이 보고됐는데 이 중 기체 운항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100여 건에 그쳤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29일 오전 9시3분께 공항 착륙 도중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 공항 외벽과 충돌했다. 여객기는 충돌 직후 산산조각 난 뒤 화염에 휩싸였다.
항공 사고 원인 규명을 도맡는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전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보” 교신을 한 지 얼마 안 돼 조종사가 긴급구조신호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관제탑은 오전 8시54분 착륙허가를 내렸고 오전 8시57분 조류회피 주의 조언을 했다. 2분 뒤 사고 항공기 기장이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 선언을 했고, 오전 9시3분 사고가 났다.
메이데이 선언 직후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르는 것)하지 않고 당초 착륙 방향이 아닌 19방향(반대 방향)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지나 담벼락까지 충돌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와 항공일지를 수거한 상태다.
사고 기체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보잉737-800 모델로 확인됐다. 189좌석을 갖춘 737-8AS로 2009년 8월 제작됐다. 15년 기령으로 비교적 신형에 속한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모두 181명이 탑승했다. 태국인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 전원이 한국인으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