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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대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재판관은 지난 13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내가 진행하는 대본은 TF에서 올라온 것이며, 재판관 8명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따로 내용을 덧붙이지 않는다”며 변론 진행 방식에 대해 해명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17일 문 대행이 언급한 대본이 재판부 합의를 거친 절차 진행 초안이라고 설명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브리핑에서 “대본은 TF에서 작성한 것으로, 언제든지 재판부 합의를 통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천 공보관은 “탄핵심판 접수 초기부터 헌법연구관들로 구성된 TF가 사건 심리를 담당해왔다”며 “재판부가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관들이 절차 초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행의 발언은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의 문제 제기 과정에서 나왔다. 도 변호사는 “증인 신청에 관한 평의가 이미 특정한 방향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행은 “내 말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 내일 평의를 거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반박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본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판부가 사전에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된 직후, 헌법연구관 1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 TF를 가동했다. TF는 재판 절차를 정리하고, 심리 과정에서 필요한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 대행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헌재가 탄핵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앞으로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