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가 판결이 늦어지는 상황을 두고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서, 여권에서 윤 대통령 탄핵 각하·기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야권의 탄핵 공세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분출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미뤄지는 것과 관련, 재판관 8명 중 탄핵 인용에 필요한 6명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인용) 대 3(기각·각하)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내달 18일 임기가 끝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퇴임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동혁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인용에 필요한 6명을 확보하지 못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직전까지 선고를 질질 끌 심산”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오늘이라도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신속하게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도 탄핵 기각·각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업체 4사의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탄핵이 인용돼 파면될 것이다’라는 답변은 2월 4주 차 64%에서 3월 4주 차 51%로 13%p(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할 것이다’라는 답변은 같은 기간 28%에서 39%로 9%p 상승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탄핵 기각을 예측한 응답이 58%에서 83%로 급증했고, 탄핵 인용 예측은 31%에서 9%로 급락했다.
한 친윤계 초선 의원은 뉴시스에 “기각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본다.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생각이 다르고 내부 결정을 못 해서 선고를 자꾸 미루는 것 같은데, 빨리 윤 대통령이 돌아와서 이 나라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너무 선비처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들이 있다”며 “민주당은 마은혁 후보자를 넣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전부 탄핵하자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하는데, 지도부도 이제는 (탄핵 기각·각하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TK(대구·경북) 초선 의원은 “(법원이) 저렇게 거짓말하고 나쁜 짓을 한 이재명도 살려주는데 (윤 대통령도) 살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거나 사익을 추구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박정훈 의원도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시점에서는 (항소심에서) 면죄부를 받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윤 대통령) 탄핵은 불가하다”며 “시간도 벌어야 한다. 이재명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앞 ‘탄핵 반대’ 릴레이 시위 등에 선을 그어왔던 당 지도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민주당이 단일 대오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 당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등의 불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당론은 탄핵 반대, 기각·각하가 아닌가”라며 “지도부가 장외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우리 의원총회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나왔다.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통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를 확정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볼 경우 원심을 파기,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