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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 협력 ‘물꼬’…’작은 진전’ 속 남은 과거사 불씨는?

2026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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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현지 시간) 나라현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에서 열린 친교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1.14. bjko@mewsis.com
[나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현지 시간) 나라현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에서 열린 친교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1.14. bjko@mewsis.com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회담에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유골의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과거사 현안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일 관계를 흔들어온 역사·영토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고, 이번 DNA 감정도 실제 유골 수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관련 합의에 대해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DNA 감정 협력과 관련해 양국 간 조정이 진전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과거사 문제를 두고 한·일 양국이 합의를 이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적 성격이 강해 이견을 상대적으로 쉽게 좁힐 수 있는 조세이 탄광 부분에서 양국이 합의를 이뤘으나, 다른 과거사 부분에서는 여전히 잠재적 갈등 요인이 적지 않다.

우선 군함도와 사도광산을 둘러싼 전시·추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군함도는 2015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설명·전시) 전략”을 조건으로 승인됐지만, 2020년 전시 공간이 유산 현장이 아닌 도쿄에 마련됐고, 전시 역시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도 비슷한 사례다. 일본 정부는 당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을 성실하게 기억하고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며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에서 “가혹한 노동”을 언급하면서도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 등 약속 이행을 둘러싼 지적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202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일본 측 주관 추도행사에 불참하고 별도 추도식을 열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024년 11월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도식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1.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024년 11월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도식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1.14. bluesoda@newsis.com

2023년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합의 마련 이후 후속 과제도 ‘불씨’로 거론된다. 정부가 제시한 해법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할 재원 조달과 추가 피해자·기업 관련 절차 등이 남아 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 역시 정부 간 합의로 존중한다는 입장과 별개로, 재단 잔여금 처리 문제나 개별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된 뒤 집행(자산 현금화 등) 국면으로 넘어갈 경우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JDZ) 협정 문제 역시 당장은 수면 아래에 있지만 변수다. JDZ 협정은 동중국해의 한·일 인접 대륙붕 일부를 해양 경계로 확정하지 않은 채 양국이 석유·가스 등 자원을 공동으로 탐사·개발하자고 정한 합의다.

국내에선 공동개발구역이 이른바 ‘7광구’ 이슈와 겹치며 자원·주권 논쟁의 상징처럼 언급돼 왔다. 1978년 6월 22일 발효된 협정의 유효 기간은 50년이며, 종료를 원하면 3년 전 서면 통고가 필요해 2028년을 전후해 연장·종료·재협상 문제가 다시 외교 현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다음 달 22일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 정부가 각료급 인사를 보낼지 여부가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으로 차관급인 정무관을 해당 행사에 파견해 왔다. 각료는 정무관보다 격이 높다.

다카이치 총리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지난해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다케시마의 날’에 각료가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같은 해 11월에는 각료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각료 파견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퍼져 있다. 하지만 만약 각료 파견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정부로서는 엄정 대응이 불가피해져 한일 관계 전반으로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지난해 8월25일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 잠수 조사 당시 발견된 인골. (사진=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제공) 2026.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진은 지난해 8월25일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 잠수 조사 당시 발견된 인골. (사진=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제공) 2026.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양국이 합의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관련 DNA 감정 역시 ‘첫걸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유골 DNA 감정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 단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일본 정부 측은 유골 수습 지원 요청에 대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등 소극적 자세”라며 “앞으로도 해저에 남은 유골 수습이나 유족 반환 등이 구체적으로 진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진전은 한국 측이 여론의 고조를 배경으로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다른 정부 관계자도 실무는 한국 측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또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모임)이 요구해 온 정부 차원의 유골 수습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이 문제가 여전히 민간에 맡기는 형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기는모임의 이노우에 요코 공동대표는 이 신문에 “정치적 결단이 내려진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감정뿐 아니라 유골 반환도 가시권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 양국 정부와 ‘새기는 모임’이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양국 지원 아래 유골 수습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KNEWS LA 편집부 (knews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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