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 지난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는 말이 사실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과학적 증거가 우연히 포착됐다고 BBC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과학자 팀이 뇌전증(간질)에 걸린 87세 환자의 뇌파를 측정하던 도중 이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면서 그의 뇌파가 약 30초 가량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22일에 발간된 ‘노화 신경과학 프론티어스(Frontiers in Noing Neuro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 이런 종류의 뇌 활동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아지말 젬마 박사는 캐나다 밴쿠버에 본부를 둔 연구팀이 죽어가는 뇌의 뇌파를 최초로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우연이라고 말했다.그는 “이는 전적으로 우연이었고, 우리는 애초 이러한 계획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미 루이빌 대학교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젬마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추억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뇌가 플래시백을 한다면 아마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젬마 박사는 환자의 심장이 뇌에 혈액을 공급하지 않기 30초 전, 그의 뇌파는 우리가 집중하거나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인지 능력이 높은 작업을 수행할 때와 같은 패턴을 따른다고 말했다. 그것은 환자의 심장이 박동을 멈춘 후 30초 동안 계속됐다. 심작 박동이 멈추면 일반적으로 사망이 선고된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면서 경험했던 기억의 마지막 회상일 수 있다. 그것들은 우리가 죽기 전 마지막 몇 초 동안 우리의 뇌를 통해 재생된다.
이 연구는 또 언제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추거나 뇌가 기능을 멈추는지 등 생명이 정확히 언제 끝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젬마 박사팀은 그러나 단 하나의 연구만으로 광범위한 결론이 도출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환자가 뇌전증이었고, 출혈이 있고, 뇌가 부어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젬마는 “단 한 가지 사례만으로 이 같은 보고를 하는 것이 결코 편하지 않다. 2016년 최초 (뇌파)촬영 이후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한 쥐를 대상으로 한 2013년 연구는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쥐를 대상으로 한 그 연구에서 미 연구원들은 젬마 박사의 뇌전증 환자에서 발견된 것처럼 쥐의 심장이 멎은 지 30초 동안 높은 수준의 뇌파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젬마는 두 연구 사이의 유사점은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뇌파 촬영 성공으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다른 연구의 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