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를 대하는 우리들의 우아한 자세
지난 3월 LA전역에 Safer at Home 명령이 내려지고 모든 공공시설, 학교, 쇼핑몰, 음식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걸 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일부 생활이 정상화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건 평생을 살아오며 겪은 일 중 최고로 황당한 일 탑 5안에 들고도 남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재택 근무를 시작한지 벌써 6개월 남짓. 주 활동 무대(?)였던 여러 곳들이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이고 닫지 않았다고 해도 마음껏 쏘다니기는 겁이 나는지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매일 매일 출근하던 날들과는 너무나 달라진 나의 일상.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얼굴. 아침마다 찍어바르던 화장품들은 모두 먼지가 쌓여가고, 일어나 세수하고 기초화장품만 몇개 바르면 끝이다. 옷도 잠옷 그대로 저녁에 샤워할 때까지 갈아입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 시간 일하다가 냉장고에서 대충 먹을 거리를 꺼내 끼니를 때운다. 온종일 혼자 집에서 지내다보니 요리도 귀찮고 나가서 사먹을 수도 없고 당연히 인스턴트 식품이 매끼 주를 이룬다.
며칠 전 거울을 보다보니 내 모습이 싫었다. 6개월 전 회사다닐 때 내 모습과 너무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잔잔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던 내 일상에까지 침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 갇혀 지내는 (?) 생활이지만 우아함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 지긋지긋한 자가격리 생활에 잠시나마 살짝 활기와 싱그러움을 입혀줄 5 가지 간단한 팁을 실천해봤다.
1. 잠옷은 잠을 잘 때만.
–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잠옷을 하루종일 입고 있으면 하루종일 늘어져 있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불편한 옷은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집 앞 공원에 산책나갈 수 있는 정도의 외출복을 입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면 확실히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할 것 같고, 재택근무에도 나름의 규칙이 생기는 것 같고, 괜히 몸놀림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2. 정말 우울한 날엔 화장도 함께.
– 별다른 이유 없이 거울도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얼굴도 맘에 안들고 격리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날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면 옷도 갈아입고 화장도 해본다. 그나마 나아진 내 얼굴에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화장한 김에 친구와 영상통화도 하면 좋다. 화면 속 친구 얼굴 대신 내 얼굴을 더 보게 된다.
3. 일주일에 한번 쯤은 제대로 된 요리를.
– 레시피도 찾아보고 재료도 사와서 요리를 해먹는다. 혼자 살더라도 나만을 위한 요리를 아깝다거나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만든다. 플레이팅도 중요하다. 맘에 드는 그릇에 예쁘게 담고 식탁에 차려 먹는다. 맛이 있으면 더 좋고 맛이 없더라도 확실히 기분은 좋아진다. 뭔가 해낸 것 같은 성취감도 든다.
– 각자 집에는 평소에 자주 앉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소파, 포인트 의자, 식탁, 화장대 등.
꼭 뭘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집에 가면 앉아있게 되는 자리다. 아니면 책을 읽거나 일을 할 때 앉는 자리일 수도 있다. 이 자리를 바꿔보자. 식탁에서 많은 일들을 해왔다면 방의 책상으로, 소파와 커피 테이블이 주 무대였다면 식탁으로. 거기에 평소에 잘 듣지 않던 음악도 틀어보면 지겨웠던 평소와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귀찮음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소파나 책상 등 덩치가 큰 가구의 위치를 옮기면 더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5. 온라인 강의로 성취감을 높인다.
– 요즘은 거의 모든 수업이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 찾아보면 재밌고 유익한 주제의 무료 강의도 꽤 많다. 일주일에 한두개 쯤 평소에 관심있었던 분야의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자신감과 성취감을 준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웨비나 형식의 강의도 좋지만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원한다면 10명 미만의 소수끼리 진행하는 강의를 선택하면 온라인 상에서의 발표나 의견 표출도 가능하고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끼리 ‘랜선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다.
긴 시간이나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지겨운 격리 생활에 작은 기쁨을 더해줄 수 있는 팁들을 나름대로 모아봤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나날들. 짜증을 내든 웃어넘기든 어차피 하루는 똑같이 지나간다. 좌절하고 스트레스만 받으며 불평하기 보다는 잠시나마 여유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이 사태를 대하는 우아한 자세가 아닐까.
<추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