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재명…지지율 정체·이낙연 지지층 반발
“컨벤션 효과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
더불어민주당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경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떨어진 성적표를 안아 든 탓이다. 경선 후폭풍이 지속된 데다가 대장동 사태가 겹치며 도리어 역(逆)컨벤션 효과가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이낙연 전 대표의 승복에도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이 반발하면서 경선 후유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본선 레이스를 시작하는 이 후보에게 첫 위기가 닥쳐오는 형국이다.
◆野 홍준표에 추월 당해…경선 후 지지율 반등 없어
14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 10월 2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이 후보는 야권 주자들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며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11~13일 실시)
‘이재명 대 홍준표’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3%포인트 내린 37%, 홍준표 의원 40%로 처음으로 추월 당했다. ‘이재명 대 윤석열’은 이 후보 39% 윤 전 총장 35%로, 이 후보는 전주 대비 5%포인트 하락하며 격차가 4%포인트로 좁혀졌다.
같은날 나온 뉴스토마토 의뢰 ‘미디어토마토’의 양자대결 여론조사(10~11일 실시, 성인 1000명 대상, 응답률 2.3%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이재명 38.8% 윤석열 44.7%, 홍준표 49.0% 이재명 36.3%로 이 후보가 크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발표된 머니투데이 의뢰 한국갤럽(11~12일) 조사에선, 양자 대결시 홍준표 40.7% 이재명 40.6%로 2주전 홍 의원을 7.6%포인트 차로 따돌리던 것이 0.1%포인트이지만 뒤집힌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을 상대로도 이재명 43.0%, 윤석열 40.4%로 오차내 앞섰지만 마찬가지로 이 후보는 4.0%포인트 내렸으나 윤 전 총장은 1.1%포인트 오르며 격차가 줄어들었다.
◆민주당 내홍 후폭풍…이낙연 지지층 이탈 부각
대선후보 선출 직후에는 지지율이 급반등하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는 게 보통이나 이 후보의 경우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난 데에는 경선 후폭풍 여파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무효표 산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여당 후보 확정 보다는 당 내홍에 초점이 맞춰지며 지지율 상승 동력을 상당 부분 까먹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비토’ 성향의 이낙연 지지자들이 경선결과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송영길 대표가 일부 극성 지지자를 “일베”에 빗대어 비판하는 등 경선과정에서 패인 앙금은 여전한 모습이다. 사흘만에 승복선언을 한 이 전 대표도 해단식 후 만난 기자들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시점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원팀 결합까지 시간이 필요함을 암시했다.
실제 14일자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조사(11~12일)에 따르면, 이재명·심상정·안철수에 윤석열 혹은 홍준표를 넣어 실시한 여야 4자대결 조사에서 지난 경선때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응답자 중 이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이-윤-심-안 대결에선 14.2%, 이-홍-심-안 대결에선 13.3%에 그쳤다.
반면 이낙연 지지자 중 윤 전 총장을 선택했다는 응답은 40.3%, 홍 의원을 선택했다는 응답은 29.9%에 달했다. 경선 이후 이낙연 지지층의 이탈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위기가 감지된다. 이 전 대표 측이 경선 내내 ‘불안한 후보론’을 고리로 맹공을 퍼부은 가운데 이 후보의 강점이던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이 커질 경우 후보 교체론에 빌미를 줄 수 있는 탓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뉴시스에 “대선후보에게 지지율은 동아줄과 마찬가지”라며 “최종 후보로 선출된 후에도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와중에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뭐라도 터져나오는 순간 흔들기가 또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장동 “이재명 책임” 56.5%…정권 교체론도 ‘과반’
여기에 대장동 사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며 이 후보와 정부여당이 함께 코너에 몰리는 것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후보가 직접 나서 의혹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지만, 대장동 문제를 이 후보와 연결짓는 시선이 여전히 강한 탓이다.
12일자 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9~10일 실시, 성인 1023명, 응답률 7.1%,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56.5%에 달했다. ‘국민의힘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34.2%에 그쳤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여야 유력주자들의 의혹 중 어느 사안이 더 위중하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대장동 의혹을 꼽은 응답자는 56.6%로 ‘고발사주’ 응답의 31.8%보다 높았다.
정권교체 여론도 도로 높아지는 양상이다. 11일자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8~9일)에 따르면, 내년 대선 성격에 대해 ‘정권 교체’ 응답은 51.5%에 달했으나 ‘정권 재창출’ 응답은 39.7%에 그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후보가 대응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한 선긋기에도 대장동 의혹에 대한 여론의 의구심이 확산되는 만큼 야권에 대한 역공 일변도 속에 도의적 책임만을 인정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통 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인터뷰에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문제를 언급하며 “사람을 잘못 쓴 책임을 그냥 그렇게 ‘내 밑에 5000명(중 한명)이다’, 이런 식으로 하는 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훨씬 더 본인이 철저하게 좀 반성하고 더 국민에게 처절한 사과를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