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꾼 지 이제 3년째에 접어들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여러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한 가운데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은 매섭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전염성은 높고 중증도는 덜하다는 징후들이 속속 나오면서 팬데믹 종식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독감과 같은 ‘계절성 감염병'(풍토병)이 된다는 의미로 당분간 취약계층, 백신 미접종자 등을 중심으로 입원과 사망이 증가하겠지만 이후 상황이 자리를 잡으면 지금과 같이 의료체계를 마비시키는 혼란은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미크론, 이전 코로나보다 증상 경미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은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오미크론으로 환자 수가 크게 늘어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을 우려하지만, 한편에서는 오미크론으로 팬데믹이 엔데믹(Endemic·주기적 유행)으로 바뀐다는 주장이 대두한다고 전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진행된 초기 연구 결과 오미크론 변이는 타 변이 대비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입원하는 사례가 적었기 때문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연구 결과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원 건수는 델타 감염자보다 6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 결과에선 델타 변이와 비교했을 때 오미크론 감염자의 일반 병실 입원율은 40%, 응급실 입원율은 15~20% 각각 낮았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의 감염 사례를 비교 및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원율은 델타 등 다른 변이종 대비 80% 낮고, 중증도 발현 위험도 약 30%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아직 초기 단계여서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신중론이 우세했지만 일관된 연구 결과가 보고되며 오미크론은 높은 감염력과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 바이러스가 종식되거나 풍토화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파력이 강해지는 대신 증상은 약화한다는 것이 의학계 정설이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인 옥스퍼드 의대 존 벨 교수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은) 1년 전에 보던 질병과는 다른 것”이라며 “1년 전 중환자실이 넘쳐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나간 일은 이젠 과거사가 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안심해도 좋다”고 낙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리아나 원 조지워싱턴대 공공보건 교수는 미국 정치 매체 더힐에 “오미크론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관한 첫 시험대”라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많은 이들이 감염되는 것을 보겠지만, 병원 시스템이 압도당하지 않고, 백신 접종자들이 대체로 중증에서 보호된다면 그게 바로 펜데믹 단계를 끝내고 풍토병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CNBC ‘클로징 벨’에 출연해 “만약 높은 전염성을 가진 오미크론이 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는 다른 변이를 대체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기술적으로 오미크론이 팬데믹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결국엔 풍토병될 것…내년 7월 급성기 끝날 수도
다만 코로나19가 언제 이런 토착 질환 단계로 진입할지는 불투명하다. 백신 접종자와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항체를 갖게 되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지만 방심할 수 없어서다.
유행의 정도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백신 접종 인구의 비율, 신종 변이의 출현 여부 등이 꼽히는데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로 부국과 빈국 간 백신 불평등 문제가 거론된다. 전세계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백신을 맞지 못하면 면역 수준이 크게 떨어져 팬데믹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연 소득 1000 달러 이하의 저소득국가 국민 가운데 한 차례라도 백신을 맞은 이들의 비율은 8.1%에 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이 백신 불평등을 심화해 결국 저소득 국가에서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전면적인 부스터삿 프로그램은 이미 높은 접종률을 보이는 국가들로 백신이 공급되게 해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하기보다 길어지게 할 수 있다”며 “이런 불평등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선 과제는 모든 국가에서 가능한 한 빨리 인구의 40%를 접종한다는 목표를 달성한 뒤, 내년 중반까지 70%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백신의 공평한 공급 없이는 어떤 나라도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설 경우 내년 7월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의 급성기(acute phase)가 끝날 수 있다고 WHO는 덧붙였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해 초 지방정부의 보건 당국자들과 만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토착병 단계로 이행했다고 판단할 데이터나 수치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