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유명 인형 회사가 아시아계 인형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장난감 회사 플레전트가 커린 탄이라는 이름의 중국계 미국인 인형을 한정판 ‘올해의 소녀(Girl of the Year)’로 출시했다.
플레전트 측은 약 45㎝ 크기의 커린 탄은 미국 서부 콜로라도 애스펀에서 왔으며, 스키를 즐겨 타는 쾌활한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탄이 외국인 혐오 발언에 대응할 용기를 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탄의 부모는 이혼했으며, 탄이 현재 새아버지와 함께하는 새로운 가정에 적응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리노이주에 사는 한 40대 필리핀계 미국 여성은 “(인형 출시가) 다름에 대한 거부감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탄의 파란 브릿지 머리를 두고, 이는 반항적인 아시아계 여성을 묘사하는 데 활용되는 클리셰라고 비난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아시아인은 전보다 더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됐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연방수사국은 2020년 아시아 혐오 범죄가 7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인종차별 사례를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스탑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3월19일부터 2021년 6월까지 코로나19 관련 혐오 범죄가 9081건 보고됐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20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유색인종 10명 중 4명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불편해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31%에 달하는 아시아인이 인종이나 국적을 이유로 비방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고 답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주의가 어린이 장난감 시장에 녹아든 모습은 종종 포착돼왔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어린이용 인형이 백인인 것이 단적인 예다.
어린이는 갖고 노는 장난감과 놀이 자체에서 말로 가르치기 힘든 교훈을 체득할 수 있어, 그간 미국 내에서는 장난감 산업에 다양성 확보가 요구돼왔다.
앞서 2014년에는 플레전트사가 출시한 약 60개 인형 중 유일한 중국인 인형 아이비 링을 할인해 판매했다가 소비자들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1986년 설립된 플레전트사는 2001년부터 한정판 ‘올해의 소녀(Girl of the Year)’ 인형을 발매했다. 플레전트는 경제 위기, 전쟁, 이혼 등 당대의 명과 암을 가리지 않고 성장 배경 설정에 반영했다. 2017년 올해의 소녀 인형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고, 이듬해에는 칠레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