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새해 들어 일곱 차례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가운데, ‘공중 핵폭발’ 기술 수준을 시사하는 시험이 있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된 탄두를 저고도에서 터뜨리는 시험을 겸했다는 관측인데, 미국의 핵·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관련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KN-23(북한판 이스칸테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주목하면서 “기체와 재진입체에 상당한 공기역학적 압력과 열부하가 걸린 어려운 탄도 비행 궤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개된 사진을 볼 때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직전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상에 미치는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기권에 재진입한 탄두를 원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폭발시키는 기술을 습득했다면 핵탄두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며 “북한이 선택한 고도에서 탄두를 폭발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한계점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이런 방식의 공격은 “탄두 폭발 시점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핵탄두를 약 0.5㎞ 상공에서 터뜨려야 충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안보리의 추가 조치를 촉발할 고공 폭발 실험을 할 필요가 없게 됐음을 뜻한다”고 짚었다.
앞서 KN-23 발사 당시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선 불기둥 형태의 미사일이 곧 둥근 형태의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장면이 공중 폭발을 시험하는 장면이라는 게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언 윌리엄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지난 5일 VOA에 “이것이 북한 핵무기에 대한 큰 우려”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핵무기를 특정 목표물에 내리꽂는 지상 폭발 방식도 있지만, 상공에서 터뜨려 더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주는 공중 폭발도 가능하다”며 “도시를 타격해 파괴력을 극대화하려면 핵무기를 수백m 상공에서 공중 폭발시키는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폭 장치를 고도계와 연결해 특정 고도에서 폭발 신호를 전달하면 되는 것으로 그렇게 복잡한 기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KN-23형 미사일 시험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이 얼마나 완만한 각도로 비행했는가 하는 것이었다”며 “이런 비행은 기체에 엄청난 압박을 가한다. 북한은 그들의 미사일 제조 능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날 발사를 공중 폭발 시험으로 단정짓지는 않겠다면서도 “상공에서 공중 폭발 방식으로 핵무기를 폭발 시킬 때 폭발력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이런 전략에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 순항미사일 발전을 볼 때 안보리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지금 단계에서 핵탄두 탑재는 어려울지라도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안보리 결의에 순항미사일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탄두 소형화 작업을 고려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핵무기 운반용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면서 “인접한 한국 방어에 훨씬 더 큰 어려움을 안길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외교부 장관은 오는 12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만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대응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