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의료 전문 매체 ‘카이저 헬스 뉴스’에 따르면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및 뉴욕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연구팀은 70년 이상 사용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인 ‘디설피람’이 중증 코로나19 및 기타 질병으로 인한 폐 손상 및 혈전 위험을 예방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미국 임상학회 학술지 ‘JCI인사이트(JCI insight)’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설치류에 디설피람을 투약한 결과 이 약물이 면역반응을 매개로 한 폐 손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코로나19 외에 수혈 후 드물게 발생하는 폐부전의 일종인 수혈관련급성폐장애(TRALI)에도 효과가 있었다.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이 두 가지 증상은 모두 면역세포 중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 세포의 ‘세포외덫(NET)’에 의해 유발된다.
연구팀은 디설피람이 이 호중구의 NET형성 단계 중 하나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디설피람이 호중구 세포가 NET를 생성하는데 필요한 분자인 가스더민 D(GSDMD) 단백질을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하루 전 또는 감염 하루 뒤에 디설피럼을 투약한 생쥐에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관찰 결과 디설피람 투약 후 NET 형성이 감소됐고 흉터 같은 폐 조직 섬유화 그리고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으로 인한 손상 없이 유해한 염증 반응을 상당 수준 감소시켰다.
이에 반해 표준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쓰이는 면역 억제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는 해당 증상으로부터 폐 조직을 보호하는 데 큰 효과가 없었다.
TRALI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디설피람을 투약한 쥐의 95%가 생존한 반면, 그렇지 않은 집단에서는 생존율이 40%에 그쳤다.
로버트 슈워츠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관련 폐 손상에 대한 좋은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디설피람은 특히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더 조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19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서 NET 형성 억제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