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김봉남·1935~2010)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2년이 흘렀다.
앙드레 김은 2010년 8월12일 75세에 별세했다. 대장암에 폐렴 증세가 겹쳐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눈을 감았다. . 장례는 5일장으로 치렀으며, 유해는 충남 천안공원 묘원에 안치했다.
고인은 대한민국 패션업계 거장이다. 1962년 서울 소공동에 앙드레 김 의상실을 열며 국내 첫 남성 패션디자이너가 됐다.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패션계에 뛰어들어 개성있는 디자인을 선보였고, 1966년 파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패션쇼를 열었다. 1977년 패션디자이너 중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서훈하는 문화훈장, 1982년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문화훈장을 받았다. 2000년 국내 디자이너 최초로 프랑스 정부 예술문화훈장도 수훈했다.
민간문화 외교사절로 통했다. 디자이너 데뷔 이래 5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패션쇼를 열며 한국 패션 위상을 높였다. 1999년 11월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패션쇼를 열었을 때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앙드레 김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생전 앙드레 김은 ‘스타 마케터’나 다름없었다. 당시 톱스타들은 그의 패션쇼를 거쳐 갔다. 배우 김희선을 비롯해 장동건, 배용준, 원빈, 심은하, 최지우, 송혜교, 김태희, 소지섭, 송승헌, 권상우 등이다. 축구 안정환, 골프 박세리, 야구 이승엽, 농구 우지원 등 스포츠 스타도 모델로 섰다. 피날레에서 남녀 모델이 이마를 맞대는 포즈는 앙드레 김 무대 상징이 됐다. 이 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과 배우 브룩 실즈, 나스타샤 킨스키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고인 옷을 입었다.
양아들인 김중도 앙드레 김 디자인 아뜰리에 대표가 고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독신인 고인은 1982년 아들을 입양해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김 대표는 ‘내가 세상을 떠나도 기부 활동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버지 뜻을 따라 선행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6년 동안 투병했다. 의지가 강해서 꼭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못 일어났다”며 “아버지가 정이 많아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모른 척 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치료를 받은 서울대병원에도 기부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에 K팝을 알리고 있지 않느냐. 아버지가 생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때가 많이 생각나더라”면서 “방탄소년단이 아버지 옷을 입고 전 세계 무대에 오르면 어떨까?’ 상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