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세계 식량 가격이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하며 8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국제 밀 가격도 하락했지만, 유지류 가격은 7개월 만에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35.9p)보다 소폭 하락한 135.7포인트(p)로 집계됐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발표한다.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인상, 낮으면 하락으로 평가한다.
식량가격지수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 2020년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으며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급격히 치솟았다. 이어 지난 3월 역대 최고치(159.7p)를 찍은 뒤 4월부터는 하향세로 돌아서며 8개월 연속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 가격지수는 150.4p로 전월(152.3p)보다 1.3% 하락했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의 흑해 곡물 수출협정 복귀에 따라 내려갔다. 또 미국산 밀의 높은 가격으로 인한 수입 수요 감소, 러시아 밀 공급량 증가 등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옥수수 역시 흑해 곡물 수출협정 연장 및 미국 미시시피강의 수위 회복에 따른 물류 여건 개선 영향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쌀 가격은 환율 영향으로 상승했다.
유지류는 전월(151.3p) 대비 2.3% 상승한 154.7p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가격이 올랐다. 팜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수입 수요를 증가시켰다. 대두유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바이오연료 관련 지속적인 수요가 있어 가격이 올랐다.
반면 유채씨유는 국제 공급물량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해바라기씨유 또한 흑해 곡물 수출협정이 연장됨에 따라 가격이 하락했다.
육류는 전월(118.2p) 대비 0.9% 하락한 117.1p를 기록했다. 소고기는 브라질과 호주의 수출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가금육은 조류인플루엔자 심화에 따른 공급 물량 감소로, 돼지고기는 연휴 기간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한 데다가 환율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
유제품은 137.5p로 전월(139.3p)보다 1.2% 내려갔다. 설탕은 전월(108.6p) 대비 5.2% 상승한 114.3p를 기록했다. 주요 생산국의 수확 지연에 따른 공급량 부족과 인도의 설탕 수출 제한 조치가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브라질에서 에탄올 가격이 상승하면서 에탄올용 사탕수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농식품부는 관련 업계와 주요 곡물 등의 재고와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국제 곡물 수급 및 가격 불안 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6월 이후 주요 곡물 국제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 상황을 유지하면서 러-우크라 사태 추이와 주요 수출국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에도 전반적으로 보합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파종 단계인 남미의 기상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 중국의 수요 변화 등이 가격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는 국제 축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소·돼지·닭고기 등 주요 축산물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축산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1조5000억원 규모 특별사료 구매자금(금리 1%) 융자 상환기간을 3년 거치, 2년 분할 상환으로 연장했다.
이와 함께 축산농가의 생산비 저감을 위해 2023년에도 1조원 규모의 사료구매자금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연말연시 한우 소비자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해 대형마트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120억 규모의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제 식량 가격 및 수급 상황을 점검해 국내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련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