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자살인구가 4만9449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미국의 자살인구수가 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많았으며, 그중 총기를 사용한 자살이 대부분이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자살건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19년 4만7511명으로 소폭 하락했고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에 4만5979명으로 더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 자살자가 다시 증가했고 2022년 4만9449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자살건수 4만8300건 이후 기록된 최대치다.
그중 총기를 사용한 자살시도는 그 어느 수단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DC가 발표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투신자살은 1184건, 음독자살은 5568건, 질식해 자살한 경우는 1만2431건 이지만 총기를 사용해 자살한 경우는 2만6328건으로 자살 방법 중 55%를 차지해 그 어느 방법보다 더 많이 사용됐다. 2022년 자살원인별 숫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 자살예방재단의 연구 담당 수석 부사장 질 하카비-프리드먼은 “총기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며 “총기를 배제하고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만들어진 예비 데이터를 이용한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에도 마찬가지로 총기 자살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진은 처음으로 흑인 청소년의 총기 자살률이 백인 청소년의 자살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살은 복잡한 문제이며 최근의 자살 증가는 우울증 발병률 증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제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플로리다주의 크리스티나 월버(45)는 “제 아들은 죽지 말았어야 했다”며 “복잡한 상황이었던 건 알지만 이를 예방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자살자중 노년층이 많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자살 증가 폭은 노년층과 중장년층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45세에서 64세 사이의 사망자는 7% 가까이 증가했고 65세 이상에서는 8% 이상 증가했다. CDC는 그중 백인 남성의 자살률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CDC 최고 의료 책임자 데브라 호리 박사는 많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실직이나 배우자 사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사회적 편견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