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트남과 외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것은 국제 안정에 관한 것이라며 중국을 억제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는 미국이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냉전을 시작하려는 뜻이 아니라고 밝혔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순방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정성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묻는 질문에 “시 주석이 국내 문제로 바쁘기 때문에 그와 몇 달 동안 대화를 하지 못했다”며 “그는 지금 손이 꽉 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시 주석과 지난 12년간 다른 어느 정상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으며, 조만간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19일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불참하고 한정 국가부주석이 중국을 대표해 참석할 예정이라며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왕 부장이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하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강화 및 경제 협력 확대를 논의하면서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Thank you for the warm welcome, Vietnam.
I know this will be a historic visit. pic.twitter.com/df2h4uMFuk
— President Biden (@POTUS) September 10, 2023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관계는 갈등에서 관계 정상화 그리고 새롭고 더 높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50년간 진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쫑 서기장은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우리는 그것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동맹을 표방하는 베트남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 러시아, 중국 등 4개국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쫑 서기장의 초청으로 이틀간 베트남 현지를 국빈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4시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2021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베트남과 관계 정상화 이후 현지를 방문하는 5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베트남은 조약 동맹국이 없는 국가로 ‘포괄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등 3가지 형태의 양자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과 베트남은 10년 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베트남은 이번에 두 단계를 한 번에 건너뛰고 미국과의 관계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서 벗어나 제조업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베트남은 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가 1995년 7월 국교를 정상화했으며 2013년 7월에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그는 이번 방문 기간에 쫑 서기장 외에 보 반 트엉 국가주석, 팜 민 찐 총리 등 베트남 지도부 인사들을 차례로 만난다.
이번 방문에는 구글, 앰코 테크놀로지와 보잉 등 미국 대기업 고위 임원도 동행해 11일 열리는 양국 간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한다.
미국과 베트남 간 국방 및 안보 협력도 증진될 전망이다.
미국 관리들은 앞으로 미국 항공모함의 베트남 입항이 늘어나고, 미국의 무기 판매 및 양국 간 합동 군사 훈련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무기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국가인 베트남은 공개적으로 무기 수입 다변화를 시도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NYY)는 베트남 내부 문건을 인용해, 베트남이 최근 수개월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지만, 러시아로부터 무기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제재 위반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올해 3월 작성된 베트남 정부 문서에는 베트남이 시베리아에서 석유와 가스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무기 구입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