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주택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15일 이른바 ‘통계 마사지’가 이뤄진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비난에 시달린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치를 조작했다는 게 핵심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2017년 6월부터 청와대 비서실 지시에 따라 주1회 작성하던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확정치)를 주3회(주중치·속보치·확정치)로 늘려 보고했다.
2017년 6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은 첫 부동산 대책발표(6.19)를 앞두고 기존 확정치만으론 대책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주중치와 속보치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작성 중 통계’에 해당하는 주중치와 속보치를 요구한 건 작성 중인 통계를 통계기관이 공표하기 전 제공할 수 없도록 한 통계법 위반이라고 봤다.
부동산원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주중조사를 중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비서실이 이를 거절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도 중단 요청을 묵살하고 조사를 계속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 취임 2주년을 앞둔 2019년 6월 국토부 과장급 직원은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는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서울 매매가격) 변동률을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느냐”고 압박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을 담은 9.13 대책 이후 하락세를 유지하던 서울 매매변동률이 6월 3주차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사실상 조작을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보합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라고 말한 사실을 감사원은 포착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서울 매매 확정치를 -0.01%로 하향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관련 보도자료에서 “서울 지역 보합세 전환”이란 문장은 “서울은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으로 바뀌었다. 강남4구 관련 문구도 “상승세” 대신 “보합세”로 변경됐다.
2019년 6월4주차 서울 매매 변동률이 상승으로 나타나자 국토부 과장급 직원은 7월4일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
그해 8월엔 국토부가 “부동산원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원 원장에 사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2020년 6월 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수도권 상승세가 지속하자 비서실은 6월5주차 통계 공표 전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국토부에 전했다.
애초 0.07%로 조사됐던 해당 변동률은 전주와 같은 0.06%로 변경됐다.
한달 만에 보완책으로 7·10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서울 주중치와 속보치가 전주 대비 상승하자 7월14일 비서실은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거냐?”며 국토부를 질책했다고 한다. 국토부 역시 부동산원에 수치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부동산원이 서울 확정치 변동률을 0.10%로 낮췄지만 국토부는 한 자릿수를 요구해 결국 ‘0.09%’로 최종 공표됐다.
2020년 7월31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오히려 전세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자 국토부는 청와대 질책을 우려해 11월2주차 속보치 등을 낮추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회 이상 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내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중간 발표 브리핑을 열고 범죄혐의가 파악된 전 정부 관계자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부와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대상자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