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59)가 삼수 끝에 오스카를 손에 넣었다.
다우니 주니어는 10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다우니 주니어는 함께 후보에 오른 ‘플라워 킬링 문’의 로버트 드 니로, ‘가여운 것들’의 마크 러팔로, ‘바비’의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칸 픽션’의 스털링 K 브라운을 제쳤다. 다우니 주니어가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였다. 1993년엔 ‘채플린’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2009년엔 ‘트로픽 썬더’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을 받지 못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상처 받은 강아지 같았던 나를 사랑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아내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약물 중독 문제로 배우 활동이 불투명했던 시기를 에둘러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 혹독했던 과거에 감사하다”고 농담을 던지며 “45년 커리어 중에 절반의 시간 동안 날 구해주려고 노력한 변화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자인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오프닝 인사에서 다우니 주니어를 향해 “주머니에 있는 게 수상 소감이 아니라 마약이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놀런 감독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내가 이 역할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아봐준 놀런 감독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ITS HIS MOMENT HE DESERVES IT OMGGGGG #Oscars pic.twitter.com/31qQwUl10n
— 𝙧𝙤𝙭𝙖𝙣𝙖ʰᵒᵗ ⁱᵐᵃᵐ (@Roxyafs) March 11, 2024
원자 폭탄의 아버지로 물리는 이론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오펜하이머’에서 다우니 주니어는 극 중 오펜하이머의 숙적으로 설정돼 있는 ‘루이스 스트로스’를 연기했다. 사업가 출신인 스트로스는 미국원자력위원회 창립 멤버이자 훗날 위원장에 올라 미국의 원자 폭탄 제조를 주도하며, 미국 상무장관 업무 대행을 하기도 한 실존 인물이다. 극 중에선 상무장관 청문회에 나서 오펜하이머에 관한 견해를 밝히는 장면이 주로 나온다. 다우니 주니어는 스트로스를 오펜하이머를 향한 존경과 함께 그에게 강한 열등감을 가진 인물로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영화 ‘오펜하이머’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우니 주니어는 2008년 ‘아이언맨’에 출연한 이후 2019년 ‘어벤져스:엔드게임’까지 마블 영화 최전성기를 이끈 핵심 멤버 중 한 명이다.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맡아 아크로바틱한 액션 연기와 통통 튀는 유머를 주로 보여줬던 그는 ‘오펜하이머’에서 10년 넘게 보여줬던 모습과 정반대 연기를 하며 오스카를 거머쥐어 새삼 연기력을 증명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 변화 폭이 크지 않고 앉아서 말하는 게 거의 대부분인 역할을 맡아 스트로스라는 캐릭터 마음 속에서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감정을 미묘한 표정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