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입학 사정관이 대입 지원서만 보고 학생을 잘 선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여러 해 수험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대입 에세이를 보면 그 학생이 보인다는 사실이 점점 더 뼈 속 깊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 요즘 부쩍 눈에 띄는 경우들이 힘든 일, 혹은 하기 싫은 일을 참고 견디고 이겨내는 힘이 부족한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늘 힘든 일을 찾아 자신을 볶는 일도 건강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학업뿐 아니라 인간관계, 사회관계에도 수많은 도전이 있다. 그래서 대입 추천서난에도 학생의 고난 극복 능력을 표시하는 난이 있다. 대학 생활 중 맞이하게 될 고난에 굴복하는 학생들은 중도 포기를 하거나 전학을 고려하게 되므로 대학측은 이런 점들을 알기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들은 힘든 일이 있어도 끝까지 버티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고 어떤 아이들은 문제 앞에서 좌절하고 용기와 의지를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마는 것인지 고난 극복능력을 키워 주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1. 공감
부모의 공감능력은 말 그대로 자녀의 마음상태와 행동을 자녀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능력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표정이나 언어를 통해 기분을 이해하는 인지적 능력과, 타인의 마음을 알고 정서적으로 함께 느낄 수 있는 정서적인 능력으로 나눌 수 있다. 부모의 공감능력과 자녀의 공감능력은 매우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이 발생한 이유, 감정과 행동 간 차이를 인지할 수 있어야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적절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여기에서 길러지며 이후에 자신의 감정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도 요구되는데 이런 능력은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충분이 읽고 함께 나누어 줄 때 비로서 자라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친구에게 맞고 온 자녀를 보니 화가 난다. 하지만 자녀는 얼마나 속상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야단을 치거나 화를 내기 보다는 자녀를 안아주고 다독여주므로 자녀가 화가 나는지, 창피한지, 슬픈지 등 감정을 자신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해 준 이후 자녀가 화가 나 때려주고 싶었는지,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옆에 없어 속상했는지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다음에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는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 해 준다.
2. 격려 및 증진
격려는 용기를 부여해 주며, 상대가 기분 좋은 상태일 때는 더욱 강한 의욕을 주고 침울할 때는 다시 시도할 에너지를 갖게 해 주는 힘을 가진 말들이다. 격려를 통해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도움이 될 수 있어. 나는 내게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도는데 이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격려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존중하고 믿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조절하지 않고 일어서는 큰 힘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3. 융통성
융통성은 자녀와의 갈등문제나 대립된 견해를 가지고 있을 때 적절하게 합의점을 찾는 과정을 말한다. 자녀에게 정해진 원칙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적절한 합의점이나 양보를 할 수 있는 것이 융통성이다. 원칙과 규칙을 양보하거나 타협한다고 해서 결코 그것이 비교육적인 것은 아니다. 부모가 바라는 것과 자녀가 바라는 것이 반대될 때, 해결점이나 중재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때 부모가 융통성을 발휘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도 그런 유연함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4. 인정하는 말과 행동
부부싸움을 한 날에는 남편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톡 쏘는 말로 아이의 행동에 대해 강한 부정적인 정서를 들어내기 쉽다. 아이의 실수를 보고 고쳐주고 싶은 말을 한다는 것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말과 함께 부정적인 정서를 들어내기가 쉽다. 하지만 이런 말이나 행동이 아이에게는 훈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감정을 즉흥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자신에 대한 거부적 태도라고 느낀다.
5. 통제와 합리적 권위
오늘 하겠다고 약속한 일은 지키도록 격려하거나 정해진 시간내에 귀가하기 등 통제 및 규칙 지키기를 가르치는 것은 그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을 통제함에 있어서 공감하기나 융통성을 고려하지 않고 권위적인 태도로 가르친다면 오히려 역기능을 줄 수 있다. 자녀의 행동을 통제해야 할 때 부모의 힘을 이용한 일방적 통제보다는 합리적인 이유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른을 보면 인사하지 않는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그때의 상황적 맥락이나 기분에 상관없이 규칙을 강요한다면 이는 융통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권위적인 태도로 통제돼 자녀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힘을 이용한 통제를 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새라 박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 원장> Globalnextgeneration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