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대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자,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증권시장이 요동쳤다.
특히 계속된 경기 침체에도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 공산당 지도부가 명확한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韓·中·日 증시 하락세…부동산과 전기차 부문 여파 커
1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의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홍콩증권거래소 50개 우량주식의 실적을 지수화한 홍콩 항셍지수(HSI)는 장중 1만7373.00까지 내려갔다. 이는 전날 종가 대비 2.28% 하락한 수치다.
HSI에서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는 장중 전날 종가 대비 0.25% 하락한 241.1을 기록했고, 중국 자동차 업체인 지리(Geely)도 장중 1.59% 떨어진 8.04를 찍었다.
특히 HSI에서 큰 하락세를 보인 품목은 부동산 관련이었다.
홍콩 최대 건설업체인 신홍기(Sun Hung Kai) 부동산은 전장 대비 장중 3.26% 떨어진 69.80을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국해외발전(COLI)와 화룬부동산도 장중 각각 3.68%, 5.02% 떨어졌다.
선전과 상하이 증시를 망라한 CSI300도 전날 종가보다 0.07% 떨어진 3518.64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코스피 지수는 1.41%, 토픽스(TOPIX)는 0.31% 하락했다.
전날 실적 호조세를 보였던 TSMC도 이날 장중 6.7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TSMC는 전날 2분기(4~6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한 2478억5000만 대만 달러(76억1000만 달러·약 10조 4989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아시아 주식이 하락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 FT는 “미국의 새로운 무역 제한에 대한 우려와 중국의 3중 전회에서의 명확한 경기 부양책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당대회 연설서 “中 자동차에 100~200% 관세”
먼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통해 대통령 취임 시 중국산을 포함한 자동차 수입 관세를 최대 20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금 중국은 자동차를 만들어 세금이나 다른 어떤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 판매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 너머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다시 가져올 것이며 신속하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그들이(중국이) 우리와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차마다 약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우승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욱 강력한 대중 관세 정책을 예고하자, 아시아 증시에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폐막한 20기 3중 전회에서 명확한 경기 부양책 부재도 영향
아울러 ‘시진핑 3기’의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3중 전회에서 명확한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것도 아시아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FT는 분석했다.
전날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15일부터 3박4일간의 3중 전회를 폐막했다. 지도부는 이번 3중 전회를 통해 300여 개의 중요한 개혁 조치를 제안했다. 특히 국가 안보를 경제 성장과 같은 수준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다만 계속되는 경제 침체로 올해 목표인 ‘5% 안팎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 살리기 대안이 제시될 것이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중국이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타격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보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UBS 투자은행의 아시아 경제 책임자이자 중국 수석 경제학자인 타오 왕는 지난 16일 “중국 당국이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관세가 인상되는 경우,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향후 몇 달 동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펼치는 데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티은행 분석가들도 “무역과 대외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은 미래를 위해 정책 공간을 비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