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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최전선에서 소모적 전력으로 소위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죄수부대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다. 기원 전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가 전쟁을 할 때다. 오나라에 비해 열세에 있던 월나라 왕의 책사 범려는 비장의 수단으로 60여명의 사형수들을 내세워 가족에 후한 보상을 약속하고 오나라 군대 앞에서 한 명씩 목숨을 끊도록 했다.
이에 놀란 오나라군의 진중은 술렁대며 흩트러지는 분위기가 됐고 월나라는 사기가 충천해지면서 기습공격으로 적군을 궤멸시키고 달아나는 오나라 왕까지 숨지게 했다.
이에 그 아들은 절치부심 복수의 일념 끝에 얼마 후 월나라를 무릎꿇리자 이번엔 반대로 포로가 된 월나라 왕 구천 또한 복수로 가는 고난의 길을 걷는 데서 고사성어 ‘와신상담’이 나왔다.
후에 전국시대를 거쳐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사망한 후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병력이 부족해진 진나라도 죄수부대를 이용했다. 반란군을 토벌하면 죄를 사면하고 고향으로 돌려준다는 말에 죄수부대는 강한 전투력을 발휘해 반란군을 진압했지만 약속과 달리 모두 생매장당했다고 한다.
현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죄수부대 사례는 2차대전 중 독-소전쟁 때 스탈린의 지시로 만들어진 소련군의 ‘슈트라프바트’다. 죄수 병사에게는 소총 한 정과 최소한의 탄약만 지급하고 최전선에서 돌격하게 했다. 머뭇거리거나 물러서는 이들에게는 뒤에서 감시하는 감독부대 독전관(督戰官)이 기관총을 발사했기에 후퇴할 수도 없었다. 사면해 준다고 했지만 실제로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었다.
근래에 와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서 ‘푸틴의 그림자 부대’라 불렸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보너스와 사면을 미끼로 살인범 중심의 죄수 용병대를 모집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다가 제거되고 러시아군의 전력 공백이 생기자 이 틈을 북한이 파고들기도 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에 죄수를 이용한 사례는 비일비재하지만 꼭 전쟁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로 죄수를 활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18세기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은 들끓는 범죄자로 골머리를 앓게 되자 식민지 미국에 해마다 1,000여명의 죄수를 보냈다. 일종의 유배지였다. 그러다가 미국이 독립하자 그 유형지를 호주로 바꿨다. 당시 영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호주로 보내진 죄수가 약 16만명에 달했을 정도라고 한다.
헌데 지난해 영국 정부가 에스토니아로 죄수를 옮기려 한 것이 밝혀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영국은 이미 교도소가 만원인데다가 그 연간 관리비용이 막대해서라고 한다. 이는 죄수 이동으로 영국은 관리비용을 절감해 세금을 아낄 수 있고 에스토니아는 이로 인해 생기는 수익을 챙길 수 있으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니 윈윈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이미 노르웨이와 벨기에도 네덜란드 교도소를 빌려 쓴 바 있고, 덴마크는 교도소 과밀문제에 처하자 발칸반도 소국 코소보의 교도소 감방 300실을 10년간 임차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헌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죄수수출에 큰 매력을 느낀 모양이다. 지난 4일 ‘범죄를 저지른 미국인을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추방하는 불법 이민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하기로 합의한 것에서 더 나아가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미국적의 범죄자도 수용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나온 대답이다.
엘살바도르 교도소는 중남미 국가에서도 인권 침해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죄수부대가 잔혹하게 인권이 유린 되는 독재국가의 시그니처 범죄이듯 죄수 수출이 수감자의 재활 기회를 박탈하고 야만적인 인권유린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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