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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윤 대통령 9차 변론기일에서 변경 신청 입장 밝혀
“조지호 구인 촉탁…윤 측 증인 3명 신문 등 종합해 결정”
윤 측 “구속취소 청구 심문 고려를”…1시간 미뤄 열기로
헌법재판소(헌재)가 형사재판을 이유로 오는 20일 탄핵심판 재판 날짜를 바꿔 달라는 윤석열 대통령 측 요청을 물리쳤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의 거듭된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한 시간 늦춰서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는 앞서 건강상의 이유로 두 차례 불출석했던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구인영장을 발부했으나, 조 청장은 헌재에 불출석 사유서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제9차 변론기일을 시작하면서 “첫번째 공판 준비기일(형사재판)이 오전 10시이고 오후 2시에 탄핵심판을 잡으면 시간 간격이 있다”며 “재판부가 주 4일 재판을 하고 있고 증인 조지호(경찰청장)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을 촉탁하는 점, 10차 변론기일에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3명을 신문하는 점을 종합해 20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 당사자는 이런 점을 널리 양해해 달라”고 했다.
앞서 지난 14일 윤 대통령 측은 2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제10차 변론기일의 일정을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당일 오전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일정을 변경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의 신청이 ‘지연 전술’이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지난 15일 헌재에 제출해 맞섰다.
다만 헌재는 이날 변론 도중 윤 대통령 측 요청을 수용해 10차 변론기일의 시간을 1시간 늦추는 것으로 조정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 도중 오는 20일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 취소 청구 심문도 이뤄진다면서 “준비할 것이 많아 재판을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할 수 있어서 가능하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지 의논해 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오후 3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오후 5시,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오후 7시에 각각 신문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또한 한 총리의 경우 당초 윤 대통령 측이 요청한 증인이었으나, 국회 측 신청을 받아들여 쌍방 증인으로 정했다.
헌재는 앞서 건강상의 사유로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던 조 청장에 대해서는 구인영장을 발부하고 서울동부지검에 집행을 촉탁(요청)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이날 다시 건강상의 사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전에 낸 사유와 거의 대동소이하다”며 “저희가 집행 촉탁까지 했는데 그 기관(서울동부지검)이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오는 20일 변론을 끝으로 증인 신문을 끝내고 1~2차례의 최후 변론을 들은 후 통상 2주 간의 평의를 거쳐 3월 초중순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변론에서 헌재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헌재에 평의를 다시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전 사령관이 법정에 나왔을 당시 ‘적법 절차로 변론에 참여하고 자유의사에 의해 그대로 진술했는지’ 물었을 때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문 권한대행은 진술과정에 대한 영상이 녹화돼 있다면서도 “다시 논의를 원하면 다시 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헌재를 찾았으나 참석하지 않고 구치소로 바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절차는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 양측이 발표하는 것인 만큼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