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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은 인류에게 축복이면서 저주이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절대 필요한 곡식을 제공해주는 곳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엔 금, 은, 구리, 다이아몬드, 석유, 천연염료 백반을 비롯해 온갖 천연자원도 묻혀 있다. 허나 이 자원이 풍부하면 경제적으로 축복이지만 이를 차지하기 위한 약탈의 대상으로 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서유럽의 켈트족이 고대 그리스에 쳐들어가고, 로마가 다키아왕국을 공격한 것은 막대한 양의 황금 때문이었고 중세 유럽에서의 백반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은 유럽의 역사를 바꾸는 결과도 낳았다.
시에라리온에서는 내전이나 테러에 군자금을 마련하기하기 위해 불법으로 생산한 소위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를 피의 역사로 쓰게했으며 영국과 독일이 서로 석유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빚은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졌는데 걸프전, 이라크전쟁 역시 석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땅 속의 자원이라고 해서 모두 이 같은 금은보화 등의 광물뿐만은 아니다. 동물의 배설물이 귀중한 자원이 되는 일도 있는데 특히 새들의 배설물로 만들어진 유기물인 ‘구아노(guano)’가 그것이다.
중국의 4대 발명품은 종이, 인쇄술, 나침반 그리고 화약이다. 헌데 중국이 화약 발명에앞선 것은 그 원료인 초석이 중국에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초석(硝石), 즉 질산칼륨은 이 같은 화약뿐만 아니라 비료의 주성분으로 이를 사용하면 농업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것을 많이 함유하는 새똥 ‘구아노’가 전략자원으로 부상하게 된 거다.
남태평양의 나우루 공화국은 섬 전체가 새똥 밭이다. 해서 이 나라는 그 새똥을 팔아 소득 3만 달러의 부국이 되었지만 후에 새똥이 고갈되면서 국제기구의 원조를 받으며 힘들게 사는 처지로 전락했다.
헌데 이 새똥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 1879년 영국과 프랑스의 지원을 받은 칠레가 페루-볼리비아 연합군에 대항해 이긴 남미 태평양전쟁이다. 남아메리카 서부에 태평양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두 나라 페루와 칠레 그리고 그 중간 경계에 끼어있던 볼리비아.
페루와 볼리비아는 인근에 있는 작은 섬과 아타카마 사막에 수세기동안 겹겹이 쌓여 있던 새똥을 차지하기위해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칠레가 이에 눈독을 들이고 동맹국들과 함께 두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던 거다. 인류 최초의 자원전쟁이었다.
그 결과 페루는 남부의 영토 일부를 빼앗기고 볼리비아는 유일한 태평양으로의 출구였던 초석산지 지역을 잃어 졸지에 해안선이 없는 내륙국으로 변했다. 몽고처럼 된 것이다. 헌데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사실은 페루와 영국 및 미국과의 전쟁이었던 거다.
이는 희소 자원이 국가의 경쟁력도 좌우함을 말해준다. 근래에는 ‘하얀 금’이라고도 불리는 리튬으로 친환경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미국과 중국의 광물 전쟁의 최전선으로 변모했다.
지난 12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산 희토류 소유권 50%를 요구하자 우트라이나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가 안전 보장과 관련한 청구서 형태라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구매 시리즈 2탄’ 같아 보인다.
아무튼 프랑스 소설가 로맹가리는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허무를 말했는데 페루로 날아온 새들의 똥이 페루에게 한 때나마 경제적으로 큰 축복이었지만 과욕으로 인해 다시 저주로 바뀌었듯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또한 부국의 자산이 아니라 희생의 빌미로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약소국의 비애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