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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전기를 끊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울타리를 넘는 영상이 재생됐다.
헌재는 25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을 열고 증거조사를 실시했다.
국회 측은 지난해 12월 4일 국회 본청 지하 1층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했다. 영상에는 국회 계엄 해제 의결 직후인 오전 1시 6분쯤 계엄군이 무장한 채로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며 전기를 끊는 모습이 담겼다.
국회 측은 계엄 당시 ‘국회 봉쇄’ 지시를 부인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의 증언을 반박하는 내용의 언론 보도도 증거로 함께 제시했다.
장 변호사는 김 단장이 당시 텔레그램 대화방에 “본회의장 막는 게 우선”, “진입 시도 의원 있을 듯”, “문 차단 우선”, “비엘탄 개봉 승인” 등 메시지를 올렸다는 내용의 보도를 제시하며 “(김 단장의) 증언 내용이 사실에 반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엄 당일 국회 울타리를 직접 넘어가는 영상을 재생하며 “아무도 없는데 혼자 스스로 월담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국회 출입이 차단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하는 장면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재생하면서 정치인 체포조 메모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기일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에는 심판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구치소에서 머물고 있던 윤 대통령은 증거조사를 마치고 국회 측 종합 변론이 진행 중이었던 오후 4시30분께 호송차를 타고 헌재에 도착했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입정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 측 김남준 변호사는 “헌법은 국민을 보호하는 방패이며 헌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저는 민주주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비상계엄과 내란의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피청구인에 대해 탄핵결정을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수많은 증인의 증언과 증거 자료를 보고도 계속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있고,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계속 거짓말을 반복하면 국민과 재판관들이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측 서상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얘기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스스로 던져버린 통합을 다시 꺼내들기에 앞서 먼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헌재의 신속한 파면결정과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만이 공적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측 김정민 변호사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치부를 가리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라며 “이제 그 망상의 대가를 치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심판은 준엄할 것이고, 역사의 심판은 그보다도 더 준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심판정으로 향했다. 대신 이날 변론을 방청하기 위해 헌재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헌재를 향해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 헌법재판은 본안 판단 이전에 각하하는 결정을 해주는 것이 맞다”며 “민주당은 계엄 이후에 단 열하루 만에 내란 몰이 탄핵을 했다. 그러나 헌법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이 내란죄 부분은 완전히 삭제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탄핵소추안에 찬성했던 의원도 ‘내란죄가 빠졌으면 탄핵 소추안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결국 알맹이가 없는 전혀 다른 탄핵소추안을 놓고 지금 심리하고 있다”며 “결국 기본적으로 다른 이 탄핵소추안은 의결을 다시 거쳤어야 되기 때문에 저는 각하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이 재판은 정말 역사적 재판이다. 헌법 가치에 따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그에 관한 모든 법리에 따라 재판해 줄 것을 정말 간절히 호소드린다”며 “오늘의 헌법 재판, 그리고 헌법 결정이 대한민국 역사의 교과서가 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해달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가 그동안 파행을 거듭하면서 불법적인 재판 진행을 한 것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우려가 종식될 수 있도록 공정한 판단을 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헌재가 법리와 선거에 따라서 탄핵을 기각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헌재는 증거조사 이후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종합 변론,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 대통령에게 최종 의견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