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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를 앞둔 3·1절.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 도심 곳곳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오후부터 얇은 빗줄기가 떨어졌지만, 11만여명의 인파가 몰리며 지하철이 약 10분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대학생과 정치권도 힘을 보태 각자의 세를 과시했다.
탄핵 반대 집회는 광화문과 여의도, 대학로에서 각각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국가정상화를 위한 천만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사기탄핵 원천 무효’ ‘하이브리드 전쟁 국민이 싸운다’ 등이 적힌 피켓과 태극기, 성조기 등을 흔들며 “윤석열”을 연호했다. 일부는 ‘안성’ ‘정읍고창’ ‘보령’ 등 각자의 지역명이 적힌 피켓과 깃발 등을 들고 지역별로 나눠 집회에 참가했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단장을 맡은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무대에 올라 “어제 오후 대통령과 접견해서 오늘 집회 소식을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이 한없는 감사의 표정으로 ‘난 건강하다, 잘 있다’는 인사를 전해달라 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탄핵 반대 집회에는 5선으로 국회부의장을 맡았던 심재철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전현직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현역으로는 국민의힘 박대출, 김석기, 강민국, 김종양, 이종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80여명도 집회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여의도 일대에서도 기독교단체인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탄핵을 반대하는 ‘3·1절 국가비상기도회’가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를 따라 부르거나, 큰 목소리로 기도하며 집회에 힘을 보탰다. 일부 참석자들이 국회 외곽 담장을 따라 행진하는 ‘국회 포위 집회’를 진행하며, 국회 측은 국회신분증 소지자에 한해 출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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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는 단체를 이끄는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윤상현, 김기현,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현직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에는 5만8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 여의도에는 5만5000여명이 모였다. 일대 인파가 몰리며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지하철은 오후 2시46분부터 10여분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앞서 대학로 일대에선 대학생들이 모여 ‘탄핵 반대’를 외쳤다. 전국 33개 대학 연합체 자유수호대학연대 회원 등 25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이날 정오부터 종로구 서울사대부초 인근 차로를 차지하고 ‘전국 대학생 탄핵반대 시국선언 대회’를 개최한 뒤 광화문 탄핵반대 집회에 합류했다.
현장에는 윤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발언대에 오른 윤 의원은 학과점퍼(과잠)을 입은 대학생들을 향해 “제도권에 있는 우리가 나라를 잘 이끌었어야 했는데 젊은 대학생들을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독려의 메시지를 냈다.
학과점퍼(과잠)를 입은 학생 등 참가자들은 윤 의원의 발언에 ‘프리덤 이즈 낫 프리(FREEDOM IS NOT FREE)’ ‘사기탄핵 규탄’ 등 손팻말과 태극기·성조기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호응했다.
경찰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 경찰버스 4대를 배치하고 충돌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집회에는 노인 20여명이 학생들의 집회 경호를 자처하며 ‘310 특명단’이라고 적힌 제복을 입고 곳곳에 서 있기도 했다.
탄핵 촉구 집회도 시민단체와 야(野)5당을 중심이 돼 오후 2시부터 본격 시작했다. 이날 안국동사거리에서 진행된 탄핵 촉구 집회에는 오후 4시50분 기준 1만8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참여했다.
색색의 우비를 입은 참석자들은 ‘내란종식’ ‘자주독립’ 등이 적힌 피켓과 태극기를 손에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사회계와 야권 정치인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추미애 의원 등 4명의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 참석했다.
탄핵 촉구 측은 오후 3시30분부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로 집회를 이어갔다.
무대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보수의 탈을 쓴 채 헌법과 법치를 파괴하는 이들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희망의 대한민국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만들어가자”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연대조직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경복궁역 인근에서 진행 중인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한다. 행진은 오후 6시30분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