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6일 18세기 법을 들어 베네수엘라 갱단원 수백명 추방을 신청했다.
워싱턴 D.C. 연방지법원의 제임스 E. 보아스버그 판사는 신청 몇 시간 만에 기각했다.
판사의 추방 중지 명령 나올 때 비행기는 이미 하늘에
변호사들은 판사에게 추방 대상자들을 실은 비행기 두 대가 이미 출발해 공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 대는 엘살바도르, 한 대는 온두라스로 향하고 있었다.
판사는 구두로 비행기를 회항시키라고 명령했다. 비행기는 회항하지 않았다.
600만 달러를 들여 약 300명의 이민자를 자국 교도소에 1년간 수용하기로 합의한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아…너무 늦었어요”라고 올렸다.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스티븐 청은 이 게시물을 다시 공유했다.
부켈레 대통령과 이민자 수용을 협상했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엘살바도르가 공정한 가격으로 아주 좋은 감옥에 수감하기로 합의한 250명 이상의 외국인 적 대원들을 보냈다. 이는 납세자의 세금도 절약할 수 있다”고 사이트에 올렸다.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의 스티브 블라덱 교수는 “판사의 구두 지시가 최종 명령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명령의 정신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말했다.
블라덱 교수는 “이는 앞으로 법원이 명령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내리고 정부에 움직일 여지를 주지 않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관들이 줄지어 있는 공항 활주로로 추방당한 남성들이 비행기에 내려오는 모습이 담겼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남성들은 경찰과 군용 차량이 지키고 있는 대형버스 호송대와 최소 한 대의 헬리콥터를 타고 교도소로 이송되는 모습도 담겼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그들이 나라를 떠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역사상 3차례, 2차 대전 이후 처음 꺼내든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이민자 추방 근거로 제시한 법은 1798년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이다.
이 법은 미국 역사상 제1차 대전과 제2차 대전 및 1812년 미영 전쟁 등 세 차례만 발동됐다.
대통령이 미국이 전쟁 중임을 선언하면 이민법이나 형법에 따라 보호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을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한다.
이 법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내 일본계 주민을 강제 구금하는 것을 정당화하는데 마지막으로 사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한 갱단에게 침략 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새 정부가 그런 갱단 멤버들을 미국에서 추방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소장에 담았다.
판사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과 민주주의 전진 재단( Democracy Forward) 등 시민 단체들의 고발에 따라 시작된 15일 청문회에서 “추방이 잠시 지연된다고 해서 정부에 어떤 손해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의 추방 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인 ‘트렌 데 아라과’(TdA) 갱단원을 추방하겠다며 “적성국 국민을 즉시 검거·구금·추방하기 위한 재량권이 국토안보장관에게 부여된다”고 선포했다.
TdA는 지난달 미 국무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과 함께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한 8개 갱단 중 하나다.
한편 미 국무부는 43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입국이 전면 금지되는 ‘적색 목록’에는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예멘 등 11개국, 입국이 부분 제한되는 ‘주황색 목록’에는 러시아 등 10개국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