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차량 도난과 관련한 집단소송에 잇따라 합의하며 전체 배상 규모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이 도난 당할 경우 고객 피해 배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캘리포니아주와 첫 합의를 한데 이어, 최근에는 뉴욕시와도 2억 달러 규모의 배상안을 결정했다.
현재 오하이오주 등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으로 현대차·기아는 적극적인 자세로 합의에 나설 방침이다.
최대 3375달러 지급…보안 소프트웨어 병행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뉴욕시와 합의해 차량 도난 피해 차주에게 차량당 최대 3375달러 또는 손해액의 33% 중 더 큰 금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보상 항목에는 차량 도난, 파손, 소지품 분실, 보험 자기부담금, 렌터카 이용료 등이 포함된다.
보안장치를 자비로 설치한 경우 최대 250달러,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피해에는 최대 375달러가 각각 지급된다.
현대차·기아는 이와 별도로 약 830만 대 차량을 대상으로 보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합의는 차량 보안장치인 ‘이모빌라이저’ 미장착에서 출발한다.
이 장치는 열쇠의 전자 신호와 차량 시스템이 일치할 때만 시동이 걸리는 방식으로, 1990년대 이후 대부분 차량에 적용돼 왔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생산된 일부 현대차·기아 차량에는 이 장치가 탑재되지 않았다.
이 취약성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USB 케이블과 드라이버만으로 차량 시동을 거는 방법이 청소년들 사이에 공유되면서 도난 피해가 급증했다.
기아 차량을 전문적으로 훔치는 청소년 범죄자를 의미하는 ‘기아 보이즈’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도난이 늘면서 미국 전역에서 차량 제조사인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한 차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랐다.

다른 지역 소송도 지속…절차 따라 합의 진행
앞서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현대차·기아 차량 도난 관련 집단소송에 대해 최종 합의를 승인한 바 있다. 합의금은 총 1억4500만 달러에 달했다.
다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번 사안이 리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조사에 대한 전국적 리콜은 요청하지 않았다.
오하이오주 일부 도시는 최근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현대차·기아가 설계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해왔다.
또 항소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현대차·기아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 도시는 이에 대응하겠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브랜드 신뢰 회복과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를 더 강화할 수 있다”며 “워낙 많은 국가로 수출이 이뤄지는 만큼 글로벌 차원에서 보안 기술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