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용시장이 악화됐다는 7월 고용보고서에 반발해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했지만, 고용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큰 위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략의 가장 큰 약점은 ‘인플레이션’이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아직 경제 지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물가 상승’으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식료품, 휘발유, 주택 등 필수품 가격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WSJ은 “트럼프가 유권자에게 명확하게 위임받은 유일한 일은 ‘바이든 시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었다”라며 “그러나 관세 정책은 설령 효과가 있더라도 가격을 올리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현재까지 인플레이션 지표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6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들은 이를 ‘승리’로 평가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과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세 위협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고, 공식 인플레이션 지표가 관세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플레이션은 ‘일정 기간 가격 상승률’이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건 실제 지불해야 하는 ‘가격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돼도 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오르지 않으면 가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WSJ은 “관세는 일회성 가격 상승만 일으킬 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경제적으로 맞지만, 정치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했다.
또 CPI는 ‘평균 가계 소비 패턴’을 기준으로 해, 실제 체감 물가는 가구별 소비 품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대체재 소비를 반영해 관세의 물가 영향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 정책의 타격이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지표는 생산자물가지수(PPI)로, 이는 기업이 사용하는 부품·원자재 가격을 측정하는데, 많은 품목이 관세 타격을 받는 수입품이다. PPI가 급등하면 투자 위축과 임금 정체로 이어져 유권자가 즉각 체감할 수 있다.
WSJ은 “역대 정부는 무역 장벽을 낮추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합의를 뒤집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