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집트에서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 가자의 미래와 미국이 중재한 휴전협정의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지역을 초토화시킨 2년간의 전쟁이 영구적 평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CNN,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가 생존 인질 20명을 두 차례에 걸쳐 전원 석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정상 함께 송환하기로 한 사망 인질 28명 중 단 4구의 시신만 인도했다. 하마스는 협상 과정에서 “72시간 내 모든 시신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다.
하마스는 이날 송환 인질의 신원을 공개했으며, 이들의 시신은 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이스라엘로 인도됐다. 인질 및 실종자 가족모임은 “모든 시신이 하루 만에 송환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지만, 단 4명만 인도됐다는 소식에 ‘충격과 큰 실망’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신 4구만 송환된 것은 협정 이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어떠한 지연이나 의도적 회피도 명백한 협정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교정청은 협정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및 구금자 1968명을 석방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장기 및 무기수 250명과, 2023년 10월 7일 이후 기소되지 않은 채 구금된 팔레스타인인 1718명이 포함됐다.
팔레스타인수감자협회에 따르면 복역자 250명 중 154명은 ‘폭력범’으로 분류돼 이집트로 추방됐다. ICRC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구금자 1809명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송환됐다며, 남은 사람들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가자 휴전 서명…”중동의 새벽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길고 고통스러운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오늘은 중동의 새로운 역사적 새벽”이라며 “이번 휴전이 전쟁의 종식과 평화로 가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로 이동해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휴전협정 문건에 서명했다. 서명에는 미국과 이번 협상을 진행한 카타르·이집트·튀르키예 3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다만 서명한 문건의 정확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9일 전격 합의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 전쟁 종식 계획 1단계 합의안을 포함한 평화 문건으로 보인다.
다만 1단계 합의안은 아직 세부 조율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모두 이번 협정의 핵심 쟁점인 가자지구 통치 문제,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시점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중동 안보 전문가 부르주 오즈첼릭은 “이번 협정은 겉보기엔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그 국가 안에 하마스의 자리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여전히 자국 안보를 이유로 가자 내 군사 작전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동시에 가자에는 행정·치안·인도 지원을 담당할 새로운 통치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