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 거품 논란에 따른 외국인 ‘팔자’ 공세에 그동안 연속 상승에 따른 랠리 피로감이 맞물리며 코스피가 장중 한때 3800선까지 급락했다. 외국인의 증시 매도 폭탄에 달러 강세까지 더해지며 원·달러는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1450원을 위협했다.
5일(한국시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85% 하락한 4004.42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대비 1.61% 하락한 4055.47에 장에 나선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물량이 쏟아지더니 오전 10시30분 가량에는 6.16% 하락하며 3867.81까지 떨어졌다. 오전 9시36분에 매도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개인이 2조4141억원을 사들였고, 기관도 1488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2조6082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매도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현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스피200선물, 코스닥150선물이 전일 대비 5% 하락이 1분 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코스닥지수도 전일대비 2.66% 하락한 901.89에 장을 마치며 4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오전 10시 26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개인과 기관이 6639억원과 440억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6787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폭락은 AI 고평가 논란과 함께 최근 연속 상승에 따른 랠리 피로감과 이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홍콩의 한 행사에서 “앞으로 12~24개월 사이 전 세계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는 그대로 투자심리를 얼어붙였다.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은 전일대비 0.53% 뒷걸음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7%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04% 하락해 마감했다.
반면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는 전일대비 11.5원 오른 1449.4원에 마감했다. 전일대비 5.6원 오른 1443.5원에 출발한 환율은 곧바로 상승 폭을 확대해 한때 1449.5원까지 올랐다. 오후 종가 기준 지난 4월 11일(1449.9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과 함께 미국 연준의 금리 경로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가 주로 영향을 미쳤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이날 100선을 넘어섰다. 달러지수가 1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8월 1일이 마지막이다.
연준 이사는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3일(현지시각)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12월 인하에 대해 “아직 확정은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최근 연준의 인하에 대해 노동 악화를 막기 위한 “보험” 조치로 평가한다고 했다.
엔화 및 파운드화 가치 하락도 달러 값을 지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 집권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데다, 영국 물가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파운드화 가치도 하락했다. 여기에 연방정부 폐쇄 장기화 리스크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도 짙어졌다.
아울러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규모 대미 현금 투자 부담에 따른 외환 유출 압력 가능성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방식은 연간 200억 달러 규모로 결정되자 외환시장 영향이 중립적이라는 당국의 설명에도 시장에서는 달러 수요 증가에 대한 경계가 시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1400원대 환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연구원은 “코스피 급락에 달러 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대미 투자에 따른 환율 유출 압력이 이어지며 내년까지 1400원대 중반 환율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