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진행된 연방대법원의 재판에서 대법관 9명중 6명이 관세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며 호의적 입장을 보인 대법관은 1명,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던 대법관이 2명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이에 따라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IEEPPA)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구두변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대법관 모두가 관세 부과가 IEEPA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는데 의문을 표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 1명을 포함한 4명의 대법관이 정부 입장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했고 최소 2명은 비교적 절제됐지만 관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 반대 표결을 할 가능성이 더 커보였다.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2명의 대법관은 어떻게 투표할 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 1명 만이 관세 유지에 명확히 우호적인 것으로 보였으나 그조차 정부의 주장 일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은 대법관들이 관세 부과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발언들 요약.
존 로버츠 대법원장(보수): 다소 회의적
로버츠 대법원장은 초반에 트럼프 관세가 이례적으로 폭넓게 부과된 점을 지적하며 그 정도로 중대한 정책은 의회의 명시적 승인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행정부의 중요 정책은 명확한 법문에 근거해야 한다는 “중대질문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를 거론한 것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정부 시절 로버츠는 이 원칙을 인용해 학생대출 탕감과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무효화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닐 고서치(보수): 매우 회의적
이날 구두 변론의 하이라이트가 트럼프가 임명한 고서치 대법관이 사우어 법무차관을 상대로 10분 동안 헌법의 권력 분립에 대해 공격적으로 질문한 대목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고서치는 가장 보수적 대법관 중 한 사람이다.
고서치는 관세 역시 세금이며 따라서 관세 부과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우어는 의회가 그 권한 일부를 해외에서 비롯된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위임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답변했으나 고서치는 납득하지 않고 반박했다.
고서치는 의회가 전쟁선포권 같은 핵심 권한을 행정부에 간단히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한번 넘긴 권한을 다시 찾아오기가 어렵다며 대법원이 폭넓은 권한 위임을 지지하는 쪽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고측 변호사와 질의 응답에서도 고서치는 “미국 국민의 지갑 속으로 손을 뻗는 권한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보수): 다소 회의적
트럼프가 임명한 배럿 대법관은 이번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배럿은 트럼프의 전세계에 대한 관세 부과가 비례적 대응인지를 두고 사우어 차관에게 질문했다.
“몇몇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한 배럿은 그러나 무역적자가 “전면적” 관세 부과를 정당화할 지에는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배럿은 또 IEEPA의 트럼프 정부 해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 법이 수입 규제는 허용하지만 관세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수입을 규제한다”라는 문구가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진보): 매우 회의적
진보 진영의 선임 대법관 소토마요르는 고서치와 마찬가지로 관세는 세금이므로 의회 관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이 바이든 대통령이 비상권한을 동원하려는 시도를 거부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엘리나 케이건(진보): 매우 회의적
사우어가 IEEPA에 의거해 관세를 부과하려면 먼저 공식적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하자 케이건이 반박했다.
그는 “알고 보니 우리는…항상…비상사태에 있다”고 말해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에서 정책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주장한 비상사태를 꼬집는 발언을 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진보): 매우 회의적
잭슨 대법관은 문제의 IEEPA의 입법 역사에 대해 몇 차례 질문했다.
그는 이 법이 IEEPA가 사실상 이전 법률의 범위를 좁히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새뮤얼 알리토(보수): 긍정적
강경 보수인 알리토 대법관은 트럼프 쪽에 설 수 있음을 시사한 유일한 대법관이었다.
알리토는 원고측 변호인에게 대통령이 외국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폭넓은 재량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에 “매우 의존하는” 적대적 외국과 전쟁을 피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고 원고측 변호사는 금수 조치나 쿼타는 부과할 수 있지만 관세는 부과할 수 없다고 답했다.
브렛 캐버노(보수): 불분명
트럼프 임명자인 캐버노 대법관은 양쪽 모두에 회의적 입장을 시사하는 질문을 했다.
그는 트럼프 이전 어느 대통령도 IEEPA를 사용해 관세를 부과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재량에 관한 알리토의 발언에 매달리면서 국제 위기에 대응하는 “대통령의 수단들”을 줄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클래런스 토머스(보수): 불분명
그는 중대질문원칙과 “권한불위임(non-delegation)” 원칙에 대해 변호인들이 입장을 개진하도록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