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상속세 부담으로 백만장자 2400명이 한국을 떠난다”는 주장이 확산되자, 국세청장이 직접 반박에 나서며 숫자 논쟁이 본격화됐다. 핵심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시한 ‘2400명’과 국세청이 밝힌 ‘139명’이 서로 다른 통계를 가리킨다는 점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인용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서 자산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가 2024년 기준 약 1200명 순유출됐고, 2025년에는 2400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제시했다. 대한상의는 이를 근거로 상속세 부담이 고액 자산가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장은 전혀 다른 공식 통계를 제시하며 정면 반박했다. 국세청이 최근 3년간 해외 이주 신고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연평균 해외 이주 신고 인원은 약 2904명이며, 이 가운데 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는 연평균 139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특히 ‘2400명’이라는 수치가 실제 해외 이주 신고 인원이 아니라, 민간 보고서가 추정한 순유출 가능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국적 변경이나 세법상 거주지 이전이 확인된 인원이 아니라, 자산 이동과 인구 흐름을 가정해 계산한 예측치라는 설명이다.

통계 흐름도 대한상의 주장과는 다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자산 10억 원 이상 해외 이주자는 최근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정체 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당 평균 보유 자산 역시 2022년 97억 원에서 2024년 46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상속세 회피 목적 이주 주장도 수치상 뒷받침되지 않는다. 최근 3년 평균 기준으로 보면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한 비율은 전체 해외 이주자의 39%**지만, 자산 1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만 놓고 보면 25%에 그친다. 자산이 많을수록 오히려 상속세 무(無)국가로 이동하는 비율이 더 낮다는 의미다.
국세청장은 “일부 추정치를 근거로 ‘부자 탈출 러시’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국민에게 제공되는 조세·이주 통계는 행정 자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재산의 편법 해외 이전이나 조세 회피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2400명이 맞느냐, 139명이 맞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통계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혼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추정치, 국세청은 신고·과세 기준이라는 점에서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백만장자 탈한국’ 논쟁은 숫자보다 출처와 정의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사례로 남게 됐다.
K-News LA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