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내 쿠르드족 병력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군 지상군 투입에 부담을 느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역내 반군을 지원해 ‘대리 지상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폭스뉴스는 4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쿠르드족 수천 명이 이라크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진입해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일 경우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첫 대규모 지상전이 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후속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쿠르드 측 관계자는 지상전 시작 보도를 부인하며 “이번주 후반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 여러 조직이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정정했다.
다만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이란 공격을 준비해온 징후는 다수 발견된다.
지난 수주간 수백명 규모의 쿠르드족 병력이 이란-이라크 국경에 추가 배치됐고, 전쟁 발발 6일 전인 지난달 22일에는 5개 단체가 ‘이란 쿠르디스탄 정치세력 연합(CPFIK)’을 결성해 대(對)이란전을 결의했다.
미국 측에 따르면 쿠르드족을 지원해 지상전을 개시하는 구상은 이스라엘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북서부의 부칸(Bukan) 등 쿠르디스탄 방면 이란 국경의 군사 거점과 혁명수비대 기지, 경찰서를 공습하며 유사시 쿠르드족의 침투 경로를 다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서 공격에는 쿠르드 지원뿐 아니라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쿠르드를 지원해 이란 지상 공격을 한다는 아이디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모사드(이스라엘 특수정보작전국)에서 처음 제안했고, 중앙정보국(CIA)는 이후 단계에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쿠르드 측에 군사 지원뿐 아니라 이란 내 쿠르드 자치 지역을 인정하겠다는 정치적 약속까지 제시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3일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우리는 쿠르드를 무장시키고 있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어떤 일을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병 조직인 쿠르드족 무장 수준으로는 정예 이란 혁명수비대와 정규전을 벌이기 어렵다.
이에 향후 지상전 전개 가능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쿠르드 지원 수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IA는 이라크 내 쿠르드족에 ‘소형 무기(small arms)’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소총 등 개인화기 위주로 쿠르드를 지원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CIA가 제공한 것은 소형 무기뿐이며, 탱크(전차)나 중화기가 없기 때문에 본격적 침공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며 “쿠르드 세력만으로는 이란 정부를 전복할 수 없고, 권력 승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 인구 9000만명 중 쿠르드족은 600~900만명 수준이기 때문에, 다수인 페르시아 민족이 쿠르드의 침공을 환영할 가능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도 “쿠르드 세력 군사력으로는 결국 (이란 혁명수비대의) ‘대포밥(cannon fodder)’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NYT는 “미국이 쿠르드의 이란 공격을 돕는다면 전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란군이 (쿠르드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할 때 미국·이스라엘 공군이 이를 공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 쿠르드족 주요 지도자 3인과 직접 통화하고 현지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중 최소 2인은 이란 육상 공격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4일 “대통령이 쿠르드 민병대의 공격을 지원하는 계획에 동의한 적은 없다”고 강조하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일단 쿠르드가 자체 행동에 나선 뒤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쿠르드 중앙 지휘부에 이라크 북부 조직이 이란 공격에 나설 경우 지원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라크·시리아 내 쿠르드족과 유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걸프전 이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쿠르드 반군 학살을 방관하는 등 외면한 사례도 있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소수민족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것은 벌집 건드리기가 될 수 있다”며 “이란 내 민족 갈등을 악화시키고 정권 붕괴시 내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