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 거래를 장악하고 있는 4대 메이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식량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해 빈곤층을 돕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 4대 메이저 곡물회사, 이른바 ABCD로 알려진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과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스 드레퓌스(Louis Dreyfus)는 올해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ADM은 올해 2분기 역사상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으며, 카길은 매출이 23% 증가한 1650억달러(약 220조원)을 기록했다, 벙기도 2분기 매출이 17% 늘었으며, 루이스 드레퓌스도 같은 기간 매출이 약 25% 증가했다.
가디언은 “적어도 2024년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2년 내 매출과 이익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식품가격이 20% 이상 급등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는 인구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1억3500만명이었지만 최근에는 약 3억4500만명으로 늘었다.
이들 세계 4대 메이저 곡물회사는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올리비에 드 슈터 유엔 극빈·인권 특별보고관은 “세계 곡물 시장은 집중되어 있고 투명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폭리를 취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곡물 저장량이 풍부하다고 생각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곡물을 보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투명성이 부족했다”며 “적기에 재고 방출을 강요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가디언이 살펴본 한 비정부기구(NGO)의 분석에 따르면 ADM의 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3.65%에서 올해 같은 기간 4.46%로 증가했다. 카길도 지난해 1분기 2.5%에서 올해 같은 기간 3.2%로 높아졌다.
이에 자선단체를 중심으로 횡재세를 부과해 빈곤층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 자선단체 네트워크 본드의 샌드라 마틴손은 “횡재세가 식량 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고 최빈곤층을 돕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선단체 옥스팜도 “투기가 식량 가격 상승의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나탈리 베넷 전 녹색당 대표는 “단기적인 조치로 식량 과점 기업에게 횡재세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있다”라며 “이들 소수의 회사들은 식물 종자에서 슈퍼마켓 유통에 이르기까지 식량과 관련된 비용 증가를 초래하는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