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폭등세를 유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영향으로 치솟은 곡물과 유지류는 다소 하락했으나, 육류와 유제품, 설탕은 오름세를 이었다.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곡물 가격 변동성에 따른 물가 충격이 가중된다. 더욱이 주요 곡물생산국들의 ‘식량무기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식량문제를 국가안보로 인식하고 법제화를 통해 대응력을 키워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59.7포인트(p)) 대비 0.8% 하락한 158.5p를 기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발표한다.
3월 식량가격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전년 동월(122.1p) 대비 29.8% 상승한 수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월(93.6p)과 비교하면 무려 69.3%나 치솟은 상태다.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170.1p)보다 0.4% 하락한 169.5p로 나타났다. 밀은 우크라이나의 수출항구 봉쇄가 계속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됐다. 다만, 인도 등 수출 증가로 상승 폭은 제한됐다. 옥수수는 남미에서 수확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쌀은 아시아 지역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다.
유지류도 전월(251.8p)보다 5.7% 하락한 237.5p를 기록했다. 팜유는 중국 등 수요가 감소하며 가격이 하락했지만 인도네시아 수출 감소 우려로 인해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육류는 전월(119.3p)보다 2.2% 상승한 121.9p로 집계됐다. 유제품은 전월(145.8p)보다 0.9% 상승한 147.1p를 기록했다. 설탕은 전월(117.9p)보다 3.3% 상승한 121.8p로 나타났다.
FAO는 2021~2022년 세계 곡물수급과 관련해 세계 곡물 생산량은 279억9300만t으로 2020~2021년도 대비 0.8%(2억2600만t)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곡물 소비량은 278억4900만t으로 같은 기간 대비 0.9%(2억6000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식품부는 세계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가격 상승, 수급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업계와 주요 곡물 재고와 시장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대응 조치를 가동 중이다.
농가와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2.5~3.0%에서 2.0~2.5%로 인하하고, 사료곡물 대체 원료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는 할당물량을 늘렸다. 긴급 수입 물량에 대해 사후 검사 등으로 절차를 보완해 통관을 간소화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안정적 신량 공급 기반 구축을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의존도가 밀과 콩 등의 국내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국내 비축량도 늘리기로 했다. 민간 기업을 통한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 등 대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제 곡물 가격이 원유나 비료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동조화되면서 생산과 소비 등 물가불안을 부추기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 6일 ‘세계곡물가격 변동성과 식량 안보’ 연구보고서에서 세계 곡물 가격은 최근 큰 변동폭을 보이며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사료, 비료, 가공식품 및 외식 등 생산과 소비 전반에서도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는 물가 충격을 경고하면서 식량과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큰 국가 등이 더욱 압박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1717만t(2020년 기준)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대 곡물 수입국이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세계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32위)이다.
따라서 농협경제연구소는 “식량안보계획 실행력을 담보할 법적 구속력과 국가재정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식량문제를 국가안보로 인식하고 식량안보 규정을 헌법에 명시하거나 국가재정법에 식량안보 예산편성 조항을 신설, 국가 재정지원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우량농지 보전과 기초식량생산 장려를 위한 ‘식량안보직불제’ 도입과 중장기적으로 농협이 해외 사료곡물을 안정적으로 국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안 등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