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가 들어간 것도, 돼지 모양도 아닌데 초코 크런치와 딸기시럽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왜 ‘돼지바’가 됐을까? 이는 돼지바가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83년 돼지해(계해년·癸亥年)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크런치바로 출시돼 풍성하고 복된 이미지를 담아 돼지바로 이름 붙여졌다.
출시 당시만해도 아이스크림에 ‘돼지’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는 것이 어색해 전국의 지점장들을 비롯해 사내에 반대 의견이 많았다. 크런치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크런치바’라는 이름이 돼지바와 경쟁했으나 당시 대표이사의 강력한 의지로 돼지바라는 이름이 붙게 됐고 결국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크런치와 딸기 시럽의 조화는 돼지바 레시피로 불리게 됐다.
돼지바가 처음 태어난 1983년 당시에는 아이스크림 바 종류에 크런치나 딸기잼 같은 타 식품이 첨가된 제품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에 무언가 다른 식품을 조합하는 형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제품이 개발됐다.
이름처럼 풍성한 맛을 주기 위해 약 6개월의 개발 기간 동안 많은 연구·개발 과정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에 초콜릿을 묻혀보고, 크런치를 입혀보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국내 최초의 크런치바를 출시하게 됐다. 초콜릿을 코팅하고 크런치를 입히는 기계와 공정 자체가 국내에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덴마크에서 새로 기계를 들여오면서 출시가 가능해졌다.
출시 40주년을 맞는 돼지바가 현재까지 판매된 개수는 22억개로 제품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9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돼지바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금 돼지바의 트레이드 마크는 초코 크런치와 딸기시럽이지만 처음 출시된 돼지바에는 딸기시럽이 없었다. 또 갈색의 쿠키 크런치로만 덮혀있었다. 1996년부터 딸기시럽이 추가되고 초코 맛인 블랙 크런치를 추가해 지금의 돼지바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제품과 함께 돼지 캐릭터를 비롯한 패키지도 꾸준히 바뀌어 왔다. 1983년 돼지바 출시부터 있었던 돼지 캐릭터는 1991년 복돼지바로 이름이 바뀌면서 빠졌다. 1999년에는 패키지를 다시 리뉴얼하면서 이름도 ‘색색돼지바’로 바꾸었다.
출시 20주년을 맞은 2003년에는 다시 돼지바로 이름을 복원하고, 처음 출시된 돼지바 패키지를 계승해 연미복 차림의 돼지 캐릭터도 다시 살렸다. 2010년에는 돼지바 캐릭터를 조금 더 귀여운 모습으로 변경했고, 2017년 다시 연미복 차림의 발랄한 돼지 캐릭터로 바꾸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해 왔다.
제품 개선뿐만 아니라 꾸준하게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지속하는 브랜드 전략도 지금의 돼지바가 존재하도록 했다.
1983년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사랑 받아 왔지만, 2000년에 접어들면서 장수 아이스크림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을 공략할 젊은 메시지가 필요해졌다.
2003년, 아이돌 출신 인기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광고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돼지바는 2004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빙과부문 브랜드파워 1위 제품으로 선정됐고, 연 매출도 최초로 200억원을 넘어서며 빙과시장 빅 브랜드 제품으로 성장하게 됐다.
2006년에 이루어진 돼지바의 변신은 특히 눈에 띄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롯데푸드는 돼지바 CF에 과감하게 유머 코드를 적용해 유쾌함을 더했다.
중견배우 임채무를 모델로 기용해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심판을 맡았던 모레노 심판의 표정과 동작을 패러디한 이 CF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표현기법이 어필하면서 당시 온라인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 CF로 임채무는 그 해 대한민국 광고대상 모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돼지바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매출이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에도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돼지바가 크게 히트해 자리잡으면서, 돼지바는 검정과 갈색 크런치와 딸기시럽(또는 잼)이 조화를 이루는 식품을 이르는 말이 됐다. 실제 돼지와 상관없이 크런치와 딸기잼을 적용한 찰떡, 마카롱 등 각종 음식에는 어김없이 돼지바라는 이름이 붙는다.
롯데푸드는 이를 활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 돼지바를 변신시킨 다양한 이미지를 올리며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돼지바 카츠샌드, 떠먹는 돼지바, 돼지바 시리얼, 돼지바 젤리, 돼지큐브 등 다양한 돼지바의 변신이 롯데푸드 SNS 채널에 올라왔고 이는 소비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2017년에는 콘 아이스크림인 돼지콘과, 핫도그인 돼지바 핫도그를 출시하기도 했다. 돼지콘은 돼지바의 맛,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바삭한 콘과자에 딸기 시럽이 들어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비스킷 크런치와 초콜릿을 토핑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돼지바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귀여운 돼지 캐릭터, 돼지바 글자체 등을 적용했다.
2021년에는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MZ세대와의 소통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3월에는 돼지바 핑크 출시를 기념해 래퍼 ‘마미손’과 협업한 뮤직비디오를 내놨다. 6월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패션 브랜드 ‘널디’와 컬래버를 진행해 한정판 돼지바와 다양한 돼지바 굿즈를 선보였다.
지난 8월, 롯데푸드는 MZ세대의 상상력으로 돼지바 신제품을 기획하는 ‘셰프돼장’ 공모전을 실시해, 12월에는 수상작 중 2개를 돼지바 돝-짝대기, 돼지바 그릭복숭아로 선보였다. 젊은 세대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한 것으로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팬슈머(팬+컨슈머)’ 제품 사례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끊임없는 품질 개선과 함께 브랜드를 새로 구축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더욱 사랑 받는 제품이 되도록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