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지션들의 무분별한 욱일기 사용이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하드록 밴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도 같은 문양을 사용해 도마 위에 올랐다.
25일 팝계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등에 따르면, 건스 앤 로지스는 최근 공식 소셜 미디어에 공개한 11월 일본 콘서트 포스터에 욱일기 문양을 삽입했다.
198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됐고 1987년 데뷔 음반 ‘애피타이트 포 디스트럭션(Appetite for Destruction)’을 발표한 건스 앤 로지스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누렸다. 하드록 팬들에게 여전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욱일 문양은 욱일기에서 비롯됐다. 욱일기는 일장기의 붉은 태양 문양 주위로 붉은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의 깃발을 가리킨다. 일본 제국주의, 군국주의 상징으로 인식되며 전범기로 통한다. 한국 등 일제 피해국에서는 금기시된다.
욱일 문양은 다른 해외 밴드도 종종 사용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 미국의 세계적 펑크 록 밴드 ‘그린데이’는 각각 굿즈와 콘서트 영상에 욱일 문양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사용해 입방아에 올랐다.
또 지난해에는 영국의 세계적인 하드록 록밴드 ‘레드 제플린’이 일본 콘서트를 기념하는 티셔츠를 판매했는데, 옷 디자인에 욱일기를 넣어 논란이 됐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인기 팝밴드 ‘마룬파이브(Maroon 5)’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를 예고한 홈페이지에 욱일 문양을 넣어 구설에 올랐다. 마룬5는 한국 팬 등이 이에 대해 비판하자 홈페이지에 욱일기 문양 대신 멤버들의 모습을 넣었다. 이 같은 조치는 다행이었지만 따로 사과는 하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
음악 시장 규모가 크고 팬이 많은 일본에 비교적 호의적인 해외 팝스타들은 욱일 문양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다.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욱일 관련 논란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외 팝뿐만 아니라 여러 콘텐츠에 여전히 무분별하게 노출돼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에 욱일기 문양이 수차례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마룬파이브 욱일 문양 삭제의 예에서 보듯, 전방위적으로 욱일기 퇴출에 국내 누리꾼들이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 교수는 이날 건스 앤 로지스 측에 욱일기 문양을 삭제하라는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팝스타 및 록밴드가 최근까지도 욱일기 문양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항의로 욱일기 퇴출에 힘을 모아야만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