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후 영국 군주를 나타내는 휘장, 문양 등이 모두 찰스 3세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면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로열 메일(영국 우체국)은 찰스 3세 우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내지는 않았으나 엘리자베스 2세가 새겨진 우표는 아직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22년 한개당 95펜스(약 1615원)인 우표가 2200억 개 만들어졌다.
다만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우표에 바코드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여왕이 등장하는 바코드가 없는 우표는 내년 초까지만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랭커스터 대학에서 미디어학 강사 로라 클랜시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우표가 갑자기 수집 물품이 된다는 것이 흥미롭다”며 “매일 쓰던 물품에서 더 특별한 것으로 의미가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길거리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 전에 통치했던 군주들의 휘장이 새겨진 우체통은 흔히 볼 수도 있다. 현재 엘리자베스 2세 문양이 새겨진 우체통들은 전체 11만 5500개 중에 7만여 개가 된다.
현재 사용 중인 우체통들과 제작 중인 우체통들은 그대로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새로운 우체통이 만들어질 때는 찰스 3세의 휘장이 새겨질 것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사람들이 우편을 많이 보내지 않기 때문에 찰스 3세 휘장이 새겨진 우체통의 숫자가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82억 파운드(약 1조3000억원) 상당의 지폐 47억 장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러한 은행 지폐도 교체될 전망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60년 지폐에 등장한 최초의 군주이기 때문에 아직 군주 교체에 대한 전례가 없다. 지폐에서 여왕이 새겨진 지폐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이 걸릴 전망이다.
아울러, 290억 개가 유통되는 영국 동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모든 영국 동전에서 여왕은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17세기 찰스 2세 통치 후, 왼쪽을 바라보길 선호한 에드워드 8세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왕과 여왕들은 전군주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찰스 3세도 특별한 지시가 있지 않는 이상 왼쪽을 바라볼 것으로 보인다.
하인즈와 버버리와 같은 유명 기업들도 엘리자베스 2세의 문장을 케첩병과 코트 등 물품에 새겼지만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왕실 문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업 측에서 지난 7년 중 5년 이상 꾸준히 왕실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 바버나 스와로브스키를 포함한 836개의 브랜드들이 엘리자베스 2세가 허가한 문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후 하인즈와 같이 로열 워런트를 받은 기업들은 앞으로 2년 동안만 이 문장을 사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해당 문장은 유효하지 않다.
이같은 교체 작업이 많은 제작 비용이 드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에 군주가 바뀐다고 해서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