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테러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안을 지지해 줄 것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유엔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요청으로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안보리가 어떤 형태의 에너지 테러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에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테러 국가의 행동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엔 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 파괴, 침략 행위에 대한 조치’에 대한 내용이다.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잠정 조치를 비롯해 경제·외교 등 부분 또는 전면 중단, 더 나아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무력 사용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난 16일 100여 발, 그리고 이날 70여 발의 미사일로 에너지 시설을 집중 타격한 것을 나열하며 “에너지 테러는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 에너지 시설을 타격해 수천만 명이 전기, 난방, 물 없이 방치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탄했다.
또 지난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제안한 10가지 평화협상안(Peace Formula)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따르는 반면 러시아는 ‘테러 공식’을 따르고 있다면서 ”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제는 우크라이나의 평화 공식을 지지할 때”라며 “세상에 테러의 여지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군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첨단 방공 시스템을 추가 지원해 줄 것도 요청했다.
10개 평화계획은 ▲방사선(원전) 및 핵무기 안보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모든 포로 및 민간인 억류자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 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정의 실현 ▲환경 파괴 방지와 환경 보호 ▲전쟁 격화 방지 ▲전쟁 종식 확인 등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G20를 러시아를 제외한 ‘G19’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를 배제해 줄 것도 재차 주문했다.
그는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국가가 거부권을 갖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세계는 단 하나의 국제 테러리스트에 인질로 잡혀선 안 된다”며 “유엔 구조 자체적으로도 정의가 회복돼야 한다. 테러리스트 국가가 침략과 테러 문제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선 안 된다”고 피력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겨울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산산히 부수려고 결심한 것 같다. 푸틴의 동기는 이보다 더 분명하고 냉혹할 수 없다”며 “그(푸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하기 위해 겨울을 무기화하고 있다. 무력으로 점령할 수 없다면 그 국가를 얼려 항복시키려 노력하기로 결정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국제 인도주의법을 포함한 국제법 위반에 대해 분명하고 명백하게 규탄해야 한다. 책임에 대한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방공 무기 제공을 독려했다.
또 “푸틴은 그의 잔혹한 군사 작전이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의를 약화할 것이라고 오산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은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이달 초 키이우를 방문했을 때 이것을 직접 목격했다. 우크라이나는 푸틴이 가하는 추위와 어둠(정전)에 상관 없이 자유와 주권,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정무 담당 사무차장도 “난방, 전기, 물, 기타 기본 시설 없이 수개월 간의 혹한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에게 이번 겨울은 참사가 될 것이란 공포를 다시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유엔은 러시아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러한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 안전에 대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디카를로 정무차장은 지난 주말 포격에도 원전의 주요 장비는 손상되지 않았고 즉각적인 안전 사고 위험은 없다면서도 “이것은 순전히 운의 결과다. 우리는 이 행운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 세계는 핵 참사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 가운데에서도 “러시아인 35명과 우크라이나 36명의 포로 교환이 있었다”고 환영하면서 “지속적인 포로 교환과, 전쟁 포로 처우와 관련한 제네바 협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날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것도 문제 삼았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참석은 절차 위반”이라며 “그는 개인적으로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