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시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은 조건 없이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지역의 영토 문제를 포함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면서 벨라루스도 협상에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바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국영 통신 벨타가 전한 우크라이나 언론인 디아나(다이애나) 판첸코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협상은 전제 조건 없이 시작돼야 한다. 그것이 모든 외교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일단 협상을 시작해 모든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크름반도,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간스크 (영토) 문제를 포함해 모든 것이 그 곳에서 논의돼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반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하지만 러시아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당신들(우크라이나)은 전투에서 하루에만 1500여 명의 목숨을 잃고 있다.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벨라루스가 평화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당신(우크라이나)들과 서방은 우리를 ‘공동 침략자’로 부른다”면서 “당연히 우리의 이해관계도 있고, 우리의 입장도 들어야 한다. 나는 벨라루스가 협상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가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어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실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쟁을 끝내기 위한 2014년 ‘민스크 협정'(돈바스 정전 협정)에 관여한 바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중재했던 이 회담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렸다. 그러나 자치권에 관한 합의 등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이 협정은 결국 깨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소통을 중재한 바 있다”면서 “민스크 협정이 이행됐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언제든 멈출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며칠 전 푸틴 대통령에게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내에 배치된 러시아 핵무기는 벨라루스가 침략을 당할 때에만 사용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위협은 단 하나다.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라면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가 우리를 침략하면 즉시 가용한 모든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에 배치된 핵무기는 우리가 침략을 당하지 않는 한 절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3차 세계대전 가능성과 관련, “일어날 징후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및 벨라루스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전쟁은 핵무기가 사용되는 세계대전이 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보다도 훨씬 더 나쁠 것”이라면서 “그러므로 이것은 피해야 한다. 나는 서방이 실제로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도 그런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6개월 후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아무도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