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시작한 후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에 나서 1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당했다.
4일(현지 시간) AP통신,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5개 주요 도시들에 총 550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부분 샤헤드 드론이었고, 11발의 미사일도 공격에 동원됐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으로 총 8곳의 목표 지점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공습 과정에서 떨어진 드론 파편은 최소 33개 지역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천 명의 시민들은 이날 새벽 드론 소음과 폭발음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지하철역과 지하주차장 등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웠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키이우에서 정말 끔찍하고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며 “지금까지 중 가장 심각한 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공격을 “가장 대규모 공습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응국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도시 여러 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 고층 건물이 일부 붕괴됐다. 또 출동 중이던 구급차 5대가 손상을 입었고, 긴급 구조대는 300톤 이상의 건물 잔해를 제거해야 했다.
러시아는 최근 몇 주간 수백 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야간 공격을 거의 매일 감행하고 있다. 불과 5일 전에도 러시아는 537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공습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 시점이 “트럼프와 푸틴 간 통화가 보도되던 때”라며 “러시아는 전쟁과 테러를 끝낼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한 시간가량 통화했지만 휴전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며 거듭 실망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며 “푸틴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교정책보좌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며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중단한 가운데 벌어졌다. 중단된 무기에는 패트리어트 방송 미사일이 포함되며, 미 국방부는 군사비 재검토, 국내 비축 물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군사 원조를 제공한 국가로, 대공 방어체계·드론·로켓 발사기·레이더·전차·대전차 무기 등을 지원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지원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군수산업을 육성해 무기 자급 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단기간 내 생산 확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AP가 집계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는 총 5438기의 드론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고, 미사일도 330발 이상, 그 중 약 80발은 탄도미사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