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전쟁도, 금리도, 물가 상승도 월가의 질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수조 달러가 쏟아지면서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 3년간 두 배로 뛰었다. 시장에 ‘과열된 낙관론’이 번지자, 투자자들과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AI 붐이 1999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NBC뉴스는 15일(현지 시간) “AI 열풍이 또 다늘 버블로 끝날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확신하기 어렵다”며 “다만 월가가 25년 전 닷컴버블 시기처럼 다시 한 번 ‘비이성적 낙관’의 파티를 즐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는 이번 상황을 “버블 2.0″이라고 부르며 “지금의 상황은 1999년보다 훨씬 더 폭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인터넷은 혁신적인 신기술로 떠오르며,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조차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AI 열풍 속 일부 투자자들은 “AI가 실제로 기업들의 수익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일각에서는 최근 AI 대기업들 간 이뤄진 대규모 투자 계약들이 사실상 ‘순환거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기업 간 자금과 주식이 순환해 서로의 기업 가치만 부풀릴 뿐, 기술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시장의 총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 즉 ‘버핏 지표’를 자산 과열의 척도로 본다. 버블닷컴 당시 이 비율은 140%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최근 이 수치는 210%를 돌파해 25년 전 정점을 훨씬 웃돌고 있다. 버핏은 2001년 포춘 기고문에서 “이 비율이 200%에 근접하면 불장난을 하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 바 있다.
1996년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비이성적 과열(irregular exuberance)”이라는 표현으로 시장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실제로 버블이 터지기까지는 3년이 더 걸렸고 그동안 나스닥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웨드부시증권의 기술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지금은 1999년이 아니라 1996년 시점에 가깝다”며 AI 시장의 성장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JP모건체이스의 CEO(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주가 지수가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이런 일의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